29일 밤,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주인공이 된 강호동은 첫 수상소감으로 동료 방송인이자 그와 선의의 경쟁을 펼친 유재석의 이름을 말했다.
2008년 한 해를 결산하는 연말 시상식 무대에서 강호동은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 해 동안 유재석과 함께 ‘양강체제’를 이뤄온 그는 연말 방송연예대상 2관왕이 확정된 자리에서 자신이 아닌 선의의 경쟁자 이름을 먼저 꺼냈다.
강호동은 이제 씨름판 천하장사에서 명실상부 방송가 천하장사로 등극했다. 2008년을 자신의 해로 장식한 것은 물론 2009년 연예계 ‘1등석’까지 예약했다.
2007년 SBS 방송연예대상과 올해 5월 받은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까지 합하면 강호동은 연예인으로 얻을 수 있는 행운을 잇따라 차지하며 1년 내내 독주를 벌였다.
강호동은 2008년 MBC 연예대상 시상식이 끝난 뒤 이경규, 김제동, 윤종신, 유승민 등 동료 연예인을 비롯해 ‘황금어장’ 제작진과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까지 축배를 들었다.
이 자리는 93년, 이경규의 권유를 받고 씨름선수에서 개그맨으로 전격적으로 진로를 바꾼 그가 15년 만에 정상에 오른 것을 자축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2008년은 강호동이란 이름이 곧 방송가 킬러콘텐츠로 통한 해이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대표 장르인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의 경계를 넘나드는 탁월한 감각을 발휘했다.
MBC ‘황금어장:무릎 팍 도사’와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SBS ‘예능선수촌’, ‘놀라운 대회 스타킹’을 진행하며 유재석과 함께 지상파 3사에서 두루 활약한 몇 안되는 스타다.
○ 토크쇼 게스트에 대해 A4 수백장의 자료를 조사하는 정성
시청률 운도 따랐다. ‘해피선데이’는 2008년 평균시청률 17.2%(TNS미디어코리아 집계), ‘황금어장’은 16.9%를 기록해 웬만한 드라마보다 높은 인기를 모았다.
특히 이 중 ‘황금어장:무릎 팍 도사’는 이색적인 진행방식과 작가 황석영 이외수, 발레리나 강수진 등 쉽게 만나기 어려운 게스트의 등장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방송가에서는 이를 두고 “연예인 토크쇼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평할 정도다.
강호동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방송 관계자들은 너나없이 “치밀한 리더십”을 그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는다.
‘황금어장:무릎 팍 도사’에 출연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혼사를 솔직하게 꺼냈던 배우 배종옥은 “나에 대해 A4용지 수백 장에 달하는 자료를 조사한 강호동 씨의 정성을 보고 속의 말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해피선데이:1박 2일’ 연출자 나영석 PD 역시 “강호동은 가족, 형제, 친구처럼 출연자를 다독여 주는 맏형”이라며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물론, 촬영이 중단됐을 때도 동료 연예인과 100명이 넘는 제작진까지 한 데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강호동은 MBC 연예대상을 받은 이후 수상소감을 통해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국민 모두 똘똘 뭉치면 된다.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힘차고 당당한 웃음을 주겠다”며 2009년 시청자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약속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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