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여운이 “굉장히 오래도록 남아 있다”고 했다.
“배우로서 새롭게 풀어가야 할 숙제를 하나 얻었다. 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보고자 고민도 많았다.”
전작 ‘무방비도시’로 자신의 강렬한 이미지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아직은 모자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쌍화점’에 와서 그는 “내면적으로 깊어진 느낌”을 얻었다. 심지호는 ‘쌍화점’에서 조인성이 연기한 왕(주진모)의 호위무사 홍림과 대립하는 인물 승기. 홍림을 질투하며 출세의 욕망을 달군다.
- 유하 감독이 특별한 요구한 게 있나.
“내 캐릭터는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내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극적 긴장감의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2인자로서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악과 독기를 보여달라고 하셨다.”
- 출세와 성공에 대한 욕망이 있나.
“필요하지만 그걸 위해 모든 걸 내던질 만큼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에 그런 내 생각을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
-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
“앞으로 10년을 위한 과도기에 있다. 실패와 시행착오도 많았다. 단숨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 가끔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찍 얻었다면 놓친 게 많았을 것 같다. 뭔가 더 얻을 것도 많을 것 같다.”
- 지난해 ‘무방비도시’ 이전까지 2년여 동안 공백도 있었던 것 같다.
“공백은 아니었다. 2006년 중국 드라마를 촬영했다. 촬영을 열심히 했는데 방송이 안됐다. 1년을 허비한 셈이다. 또 2007년 귀국한 뒤 드라마에 출연키로 했는데 그만 제작 자체가 무산됐다.”
- 고민이 많았겠다.
“패닉상태에 빠졌다.”(웃음)
- 어떻게 이겨냈나.
“뭔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혼란스러웠다. 사람들도 만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했다. 하루 이틀 하고 끝낼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직 나이 서른도 안 됐다. 조바심을 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심지호의 얼굴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여유로움은 자신감과도 같다.
“나를 다듬어보고 만들며 완성시키고 싶다”는 심지호는 요즘 외국어 공부에 흠뻑 빠졌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위해서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준비이기도 하다. “겨울잠을 자며 조금 쉬고 있다”고 말하지만 “연애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10년의 연기자로서 고민을 키워가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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