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의 도쿄통신] 우타다 히카루의 미국 시장 재도전

  • 입력 2009년 1월 16일 18시 15분


한 차례의 실패를 맛본 이력 때문일까.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우타다 히카루의 미국 시장 재도전 소식은 일본 내에서 비교적 담담하게 다뤄졌다.

우타다 히카루가 5년만에 우타다라는 이름으로 오는 3월 24일 미국에 2집 앨범을 발매한다는 소식을 공표한 것은 지난 8일 홈페이지를 통해서였다.

이날 그는 새 앨범의 발매 스케줄을 알리는 형식으로 담백하게 미국 진출 소식을 전했으며 이에 주요 언론 역시 간략한 사실만을 처리하는 수준의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 뉴욕 태생으로 일본어 보다 영어가 의사 전달에 더 편하다고 말할 만큼 영어에 능통한 우타다 히카루는 16세에 데뷔해 일본 내에서 앨범 판매량으로 온갖 진기록을 달성한 뒤인 2004년 ‘EXODUS’라는 앨범을 들고 미국 시장을 노크했다.

당시 빌보드 종합차트에서 160위를 기록해 신인으로서는 선전했다는 자위적인 소리를 들었지만 차기 앨범을 기약할 만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르지는 못했다.

언어구사력, 음악성 등에서 해외 진출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지닌 것처럼 보인 우타다 히카루도 두드린다고 뚝딱 열리지 않는 미국음반 시장의 단단한 문 앞에서 고배를 마신 셈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현재 우타다 히카루의 일본 내 위상은 건재하다.

비주얼의 매력과 멋을 겸비한 스타라기보다는 오로지 음악에만 방점을 둔 요란하지 않은 활동 방식에도 지난해 봄 발매한 그의 5집 앨범 ‘HEART STATION’은 10개월 동안 오랜 생명력을 발휘하며 100만장을 돌파했다.

데뷔 11년째에 돌입한 그가 다시 한 번 미국으로 활동의 화살표를 돌린 것은 자신의 음악이 얼마만큼 전파력을 가질 수 있는 지 시험해보고 싶은 중견 음악인의 욕망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지난해 가을 보아가 미국 진출을 공표했을 때 일본 언론은 보아의 미국 활동 얘기는 제쳐두고 손목 골절 부상을 당했다는 대목에 큰 동그라미를 쳤다.

일본을 방문해 “일본 좋아”를 외치는 해외 아티스트 및 배우들한테는 열광해도 워낙 사례가 많지 않아서인지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연예인에게는 사전에 호들갑스럽게 응원 깃발을 휘둘러대지 않는다.

우타다 히카루의 미국 공략도 일본 내에서는 쿨하게 관망하는 분위기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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