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개봉하는 영화 ‘키친’(감독 홍지영)은 “두 사람을 동시에 좋아할 수 있을까”라는 여자 주인공의 물음을 관객에게 다시 던지는 영화다. 발칙한 질문에서 시작한 영화는 세 남녀의 동거라는 비현실적 상황으로 발전해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로 애매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이 영화에서 모래 역을 맡은 신민아(25·사진)는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모래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을 보여줬다. 1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처음 맡은 유부녀 역도 모자라 남편과 남편의 후배와 함께 같은 집에서 살게 되는 역이라니.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고개부터 저었다.
“오히려 이런 게 현실적인 거 아닐까요. 직접 겪어본 건 아니지만 그냥 익숙한 사랑이 있었는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나타난 거예요. 그래서 둘 사이에서 고민하는 건데 왜 어렵죠?”
하지만 실제로 ‘익숙한 사랑’과 ‘돌발적인 사랑’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한다. “만약에, 예를 들어서… 음. 이 새로운 감정도 결국 익숙해질 테고, 그러면 이 사람도 결국은 사랑이 아닐 수 있을 테고. 모르겠어요. 사랑은 너무 복잡 미묘해요. 뭐가 맞고 뭐가 틀린 거죠?”
2001년 영화 ‘화산고’에서 주연을 맡은 이래 올해로 스크린 데뷔 9년차.
흥행의 단맛을 본 적 없는 그에게 ‘흥행 실패 징크스’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대목에서 그의 감은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늘 그랬어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른들은 한껏 기대도 했다가 실망도 하더라고요. 그럴 땐 모든 걸 확 놓아버리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난 한발 한발 계속 걷고 있잖아요. 비록 더디지만 꿋꿋이 길을 걷는 제 자신이 만족스러워요. 뭐 어때요,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인데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