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연기자로 극중 달라진 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촌철살인’의 재치로 인터뷰 내내 분위기를 압도한 주인공은 바로 배우 이한위다.
지난 해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석란시장을 맡아 감초 노릇을 톡톡히 했던 그가 이번엔 한 나라의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왕족이 됐다.
2월 방영될 예정인 SBS 대하사극 ‘자명고’(극본 정성희·연출 이명우)가 이한위의 기축년 새해를 여는 첫 작품.
KBS 공채 탤런트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을 때 현재 희수(希壽)를 바라보는 “이순재 선생의 연세가 마흔여덟”이었다는 말로 자신의 연륜을 표현한 그. 하지만 데뷔 26년째란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이한위는 30대의 패기와 여전히 젊은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안방극장 시청자들은 그를 ‘명품조연’이라 부른다. 이한위는 “그저 조연일 뿐이지 명품이란 수식은 좀…”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남다른 ‘조연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연이 조연답게 평범해야 하는 건데 말이죠. 요즘 TV에서 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아, 부담스럽습니다.”
덧붙여 이한위는 며칠 전 MBC ‘황금어장’의 코너 ‘라디오 스타’를 보다가 얼굴 화끈해진 사연도 털어놨다. 당시 이 코너에는 노총각 딱지를 뗀 가수 이현우, 윤상, 김현철 등이 출연, 평균 9살 이상인 아내와의 나이차를 화두로 올리며 ‘그중 으뜸은 이한위’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긴 당대 연예인 중에선 제가 19살 차이로 1등이긴 해요. 속도 위반도 제가 1등일 걸요? 결혼할 때 임신 5개월이었으니까요, 허허.”
많은 연기자나 연예인들이 새해 포부를 물으면 자신의 활동과 관련한 꿈을 말한다.
그런데 이한위의 새해 포부는 유별났다. 그리고 특별했다. 그의 2009년 소망은 “반드시 건강하게 오래 살겠다”는 것. 이유를 물어보니 이제 갓 백일이 지난 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은 이제 자식 다 키워서 대학도 보내고 하던데…, 나는 이제 태어난 지 140일된 딸과 또 아내를 책임지기 위해선 열심히, 무엇보다 오래 살아야겠지요.”
이한위는 이런 결심을 위한 실천으로 담배를 끊고 산도 타기 시작했다.
그는 “평창동 동민 산악회 회장”이라고 자신의 또 다른 이력을 소개하며, 그 순간에도 그만의 재치를 발휘했다. “반면 배우 조재현은 아직 평회원이죠.”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화보]정려원·박민영·정경호 주연 ‘왕녀 자명고’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