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코미디 연기 답습… 질낮은 영화”
“녹슬지 않은 개인기… 관객 쥐락펴락”
최근 개봉된 ‘구세주 2’가 딱 이런 케이스다. 매체별 리뷰를 살펴보면, 저주에 가까운 혹평에서부터 도대체 뭔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어정쩡한 리뷰, 그리고 매우 호의적인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구세주 2’를 두고, 지금부터 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 마술을 보여드릴까 한다. 구세주 2는 택시회사 사장의 아들 정환(최성국)이 돈만 펑펑 쓰고 빈둥거리며 놀다가 어느 날 은지(이영은)란 여인을 우연히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 이 영화 속 똑같은 장면과 연기를 두고도 리뷰를 쓰는 기자의 취향과 심성(혹은 심보)에 따라 180도 다른 리뷰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희한한 짓을 하는 까닭은, 리뷰를 쓰는 영화기자의 한 명으로서 그동안 선입견을 담아 써 온 리뷰가 적지 않았음을 고백하면서 자성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그만큼 언론의 리뷰는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는 피나는 노력과 책임감의 산물이어야 하는 것이다. 자, 마술을 시작한다.
①“최성국은 ‘색즉시공’ ‘낭만자객’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코미디 연기를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답습한다. 영화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맡지만 언제나 똑같은 역을 하는 것 같은 그의 천편일률적인 연기는 이번에도 계속된다.”(혹평) → “최성국은 ‘색즉시공’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은 개인기를 보여준다. 그는 희고 커다란 이를 드러내며 저음으로 말하는 특유의 느끼함과 뻔뻔함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호평)
②“최성국은 러닝타임 내내 원맨쇼를 하며 혼자 북 치고 장구 친다.”(혹평) → “최성국은 역시 흐트러지기 쉬운 영화의 중심을 시종 든든하게 잡아준다.”(호평)
③“줄거리는 기승전결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채 엉성하고 허술하다. 영화는 곳곳이 부자연스럽게 툭툭 끊기면서 큰 웃음 한 번 주지 못한다.”(혹평) → “이 영화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억지스러운 사건이나 선 굵은 갈등을 전면에 끄집어내기보다는 파편화된 듯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주려고 한다.”(호평)
④“역시 예상했던 대로 실소를 자아낸다.”(혹평) →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의외로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게 된다.”(호평)
⑤“‘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 같은 한국 영화들이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런 질 낮은 영화가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불신을 부채질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혹평) → “바로 이것이다. 침체된 한국 영화에 필요한 것은 영화의 다양성이다. ‘B급 영화’임을 스스로 표방하는 이런 저예산 상업영화도 용감하게 시장에 나와야 한다. 이런 다양한 시도가 관객이 갖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목소리가 높다.”(호평)
⑥“시종 욕을 입에 달고 등장하는 안문숙은 과장된 연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혹평) → “구수한 육두문자를 정겹게 구사하는 안문숙은 안정된 조연 연기를 펼치면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다.”(호평)
⑦“아무리 초짜 감독이라지만 감독은 내공은 고사하고 잔재주 하나 보여주지 못했다.”(혹평) → 신인 황승재 감독은 어깨에 힘을 뺀 채 수채화 같은 러브스토리와 다소 작위적인 코믹 에피소드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는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이 아닐 수 없다.(호평)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이 글은 ‘구세주 2’를 두고 쓰인 각종 리뷰들을 참고해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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