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숏버스’가 언론에 공개된 4일. 객석 여기저기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온갖 ‘야동’부터 포르노, 일본 AV와 핑크영화(극장용 성인영화)까지 국내외에서 경험했지만 ‘숏버스’의 영상은 꽤 충격적이다. 기괴한 동영상이 넘쳐나는 요즘 이처럼 인간 본성에 솔직한 영화가 또 있을까.
‘숏버스’는 2007년 국내에서 사실상 상영이 불가능한 제한상영등급을 받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다. 2년에 걸친 법정투쟁, 대법원까지 계속된 재판을 거치며 ‘숏버스’는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사회적 질문에 대한 잣대가 됐다.
2009년1월 대법원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시 심의가 이뤄졌고 2월18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결정됐다.
하지만 3년만에 볼 수 있게 된 이 영화에서 포르노같은 말초적인 자극을 기대하진 말자. ‘숏버스’(감독 존 카메론 미첼·수입 스폰지)가 영화로 독창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은 이유는 남녀성기 노출, 집단 섹스, 동성 성교가 아니다. 물론 ‘숏버스’에는 파격적인 성 묘사와 노출이 등장한다. 하지만 포르노의 목적이 관객을 흥분시키기 위함이라면 ‘숏버스’의 파격은 그 행위자의 고통과 기쁨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다.
영화 초반, 남자 주인공이 ‘오럴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장면은 정말 놀랍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다면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게 사람들을 위해 좋을 법한 장면이다. 하지만 문제의 이 장면은 영화가 진행되면 될 수록 자기 스스로를 애처롭게 생각하며 보듬는 행위로 이해됐다.
‘숏버스’는 칸 등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지만 재미가 넘치는 짜임새, 독특한 구성이나 놀라운 영상미가 있는 건 아니다.
성에 관한 문제점을 상담하지만 정작 자신은 단 한번도 오르가슴을 느껴 본적이 없는 상담가 소피아를 통해 성에 대한 솔직한 자유를 담은 줄거리도 단순하다. 섹스와 성에 대한 모든 행위의 자유가 보장된 비밀클럽 숏버스를 배경으로 등장인물이나 줄거리의 폭도 좁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음직한 모든 것이 실제 이뤄지고 있는 ‘숏버스’는 모든 것을 치유해준다. 감독은 오르가슴이라는 생리적 현상을 통해 굴레를 벗어난 자유롭고 솔직한 행복을 그려냈다.
○오리지널 버전 국내 상영불가
2006년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숏버스’를 수입한 영화사 스폰지는 오리지널 버전으로 국내 상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수입사는 존 카메론 미첼 감독에게 직접 모자이크 처리를 부탁했다. 하지만 모자이크처리 된 버전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 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법정 다툼 끝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되는 버전 역시 모자이크로 가려진 필름이다. 모자이크 없는 오리지널 버전을 해외에서 관람한 영화관계자는 “성에 관한 솔직한 마음이 더 진솔하게 느껴졌다”며 국내 버전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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