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에서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MBC는 14일 ‘무한도전’(매주 토 오후 6시 25분) ‘그때를 아십니까-육남매 특집’에서 출연자들이 자신의 평소 허리둘레보다 더 많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 승자를 가리는 게임을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정준하가 누워있는 박명수의 배를 발로 밟고 박명수가 “숨쉬기 힘들다”고 외치며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도 계속 허리띠를 당겼다. 정형돈은 허리띠에 살이 끼여 허리띠를 푸는 과정에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재석의 경우 전진이 목을 조르고 나머지 멤버들이 사지를 붙잡고 허리띠를 조였다. 정준하도 아픔을 호소했으나 다른 출연자들이 다리와 팔을 결박하고 허리띠를 조르는 장면이 그대로 나왔다.
허리졸라매기 게임에 이어 출연자들은 마주 앉아 서로의 얼굴을 베개로 때리는 게임을 벌였다. 정준하는 게임 전 “시청자들이 보겠지만 가학적이지 않고 재미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자 정작 베개를 맞은 멤버들의 표정은 고통스러움을 드러냈다.
시청자 민병기 씨(29·서울 신림동)는 “아무리 재미를 위한다고 하지만 아프다고 외치는데도 계속 허리띠를 조이는 장면 등이 폭력적으로 보여 애들이 따라할까 겁났다”며 “이 프로그램의 등급이 12세 이상 시청가라면 청소년들이 봐도 된다는 뜻인데 지상파에서 이래도 되느냐”고 물었다.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10일 마지막 회에서 납치된 영란(이연희)을 구하기 위해 동철(송승헌)이 폭력배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서로 머리를 붙잡고 목을 조르고 사람을 향해 책장을 넘어뜨리는 등 자극적인 장면들을 내보냈다.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월, 화요일 오후 9시 55분)도 ‘왕따’를 당하는 금잔디(구혜선)를 쇠사슬로 넘어뜨리거나 소화기를 난사하는 장면과 금잔디가 줄에 묶여 감금당한 장면으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심의하고 있다.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월∼금 오후 7시 15분)도 빈번한 납치와 폭력, 고성으로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에 올랐다.
방통심의위 지상파심의팀 김형성 차장은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장면이 ‘재미일 뿐이다’ ‘만화 같은 판타지일 뿐이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지상파 TV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