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출신인 하태웅은 지역에서 ‘잘 나가던’ 로커였다.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 그룹사운드 ‘야인’ 출신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전북권을 무대로 활동하던 밴드 ‘록 데이’에 스카우트돼 지방 방송에도 출연하고 유명 가수들의 투어에 게스트로도 올랐다.
약 5년간 활동하며 옴니버스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다. 군 제대 후 ‘진정한 로커’가 되기 위해 상경, 판소리도 배우고 여러 기획사를 돌았지만 가는 곳마다 부도가 나 마음고생만 해야 했다. 결국 가수를 포기하고 PC방, 음식점 등을 운영했지만 그마저 사기로 모든 돈을 날렸다.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 다시 노래를 위해 음반기획사 문을 두드렸다. 여전히 로커를 꿈꿨지만 ‘트로트에 어울리는 목소리’라는 권유에 따라 고민 끝에 트로트로 전향, 2006년 첫 음반을 발표했다.
“‘복면달호’를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죠. 자연스럽게 영화에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하지만 그 친구(봉달호)는 속아서 한 것이고, 저는 주위 권유에 내 스스로 간 게 다르죠.”(웃음)
고민 끝에 록을 포기했지만 알고 보면 그는 천상 트로트 가수였다. 음악 공백을 줄이려 재수 끝에 들어간 해군 홍보단에서 트로트에 대한 ‘신내림’은 시작됐다. 해군홍보단에서 낙도 위문공연하면서 어른들을 위해 트로트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친숙해졌다. 록스타를 꿈꾸던 시절에도 녹음실에서 ‘뽕끼를 빼라’는 주문을 많이 받아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뽕끼’ 많다는 잔소리가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장점이 됐으니…, 참 아이러니 하죠.”
트로트는 한(恨)이 기본 정서다. 그는 “사랑도 해본 사람이 감정을 잘 잡듯, 나도 어려운 시절이 있어 깊이있는 감정표현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태웅은 실제로 트로트 가수로 여러 장점을 가졌다. 중성적인 목소리에 비음이 매력적이다. 또 트로트에 록 창법도 묻어 있다. 주위사람들은 하태웅의 음악을 ‘록뽕’이라 명명하며 “록뽕의 창시자가 돼보라”며 할 정도로 독창적이다.
“저는 팍팍한 세상에서 하태웅이란 가수의 노래가 사람들에게 조금의 여유라도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