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이 처음 지상파 TV에 출연했던 KBS 2TV ‘이하나의 페퍼민트’를 기억한다. 녹화가 밤 11시까지 진행되면서 스태프들도 모두 물 먹은 솜처럼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장기하의 무대는 마치 찬물세례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송창식이 떠오르는 창법으로 긴 팔을 흐느적거리고 춤추는 모습이란. 이후 장기하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인디계에서 샛별로 떠올랐지만 실제로 만난 장기하는 그저 음악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평범한 사람이었다.
창법처럼 덤덤하게 세상사는 이야기를 읊조리고 사는, 그게 재미있어 죽겠다는, 그게 장기하였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화보]인디계의 블루칩 장기하의 색깔있는 무표정
[관련기사]‘장기하와 얼굴들’은 가요계 ‘워낭소리’
[관련기사]‘싸구려 커피’로 인디밴드 대박 장기하
[관련기사]이해리 기자가 본 장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