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기와 베니로 구성된 상상밴드의 최근 미니앨범 ‘어쿠스틱 다이어리’는 이들이 직접 제작한 음반이다. 앨범에 인쇄된 ‘상상엔터테인먼트’라는 레이블은 제작자로 나서기 위해 설립한 게 아니라, 앨범을 저작권협회 등에 등록하기 위해 만든 그저 ‘형식’일 뿐이다.
이들은 홍보도 직접 한다. 언론매체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쇼케이스에도 초대하고, 인터뷰 날짜까지도 잡고 있다. 활동도 기존의 방식을 탈피한다. 노래하는 주무대는 방송 스튜디오가 아니라 길거리다. 음악적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1집처럼 재기발랄하지도 않고 2집처럼 처연하지도 않다. 이번 음반엔 기타와 베이스, 드럼, 피아노, 첼로 등 단출하고 소박한 악기편성으로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빚어냈다.
“예전엔 많이 채우고 사운드를 가득 넣으려고 했다면, 이번엔 감성전달에 주력했어요. 좀 비어 있어도 우리의 감성을 잘 전달해보고자 했어요.”(쇼기)
2007년 2월 2집 ‘두번째 상상’ 이후 쇼기와 베니는 ‘외도’를 했다. 쇼기는 이전 소속팀 닥터코어911로 돌아가 활동했다. 베니는 개인음반도 발표했고, 뮤지컬‘젤소미나’에도 출연했다.
지난해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와인을 마시며 새 음반 구상을 하던 중 “와인을 마시며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해보자”, “처음 음악하던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하자”고 결의했다.
“작년에 일본 도쿄에 갔다가 수많은 뮤지션들이 요요기공원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봤어요. TV로 보던 유명 밴드들도 많았는데, 뮤지션들이나 행인 모두가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우리도 그렇게 거리에서 해보자 마음먹었죠.”(쇼기)
“예전엔 ‘홍보가 안됐어’ 그렇게 생각했는데, 남 탓만 하지 말자 생각했어요. ‘우리가 찾아가자, 큰 공연장만 무대가 아니라 거리도 무대다’ 생각했죠.”(베니)
하지만 거리공연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시끄럽다’며 민원이 제기돼 경찰이 출동하기도 하고, 날씨와 소음 등 방해요소도 많다. 상상밴드는 드럼 대신 까흔(앉아서 손으로 두드리는 타악기)을 쓴다거나 통기타와 보컬, 첼로를 적절히 사용해 연주한다는 생각이다.
“어찌 보면 멋쩍을 수도 있고 자존심 상할 수도 있죠. 혹자는 밴드의 품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하지만, 음악팬들을 다시 음악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쇼기)
“우리의 홍보는 일대일 방식이에요. TV프로에도 나가봤지만, 우리에게 관심 없는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부끄러울 수 있어요. 거리의 단 한 사람이라도 우리의 팬들이 있다면 그 분을 위해 노래할 겁니다.”(베니)
7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는 타이틀곡 ‘안돼요’와 ‘오늘은 맑음’, ‘너의 잔상’ 등 세 곡이 새 노래다. ‘사랑은 없었다’와 ‘느리게 걷기’는 1집 수록곡 ‘미이라’와 ‘레인보우’를 개사하고 재편곡한 리메이크곡이다. 여기에 기존 히트곡 ‘가지마 가지마’, ‘피너츠송’도 어쿠스틱으로 다시 작업했다.
“요즘 음악은 블로그 음악 아니면 아이들 음악이에요. 중간이 없어요. 우리는 어쿠스틱으로 중간을 메워가고 싶어요.”(쇼기)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