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프로그램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최근 봄 개편을 맞아 지상파 TV 주말 예능프로그램들이 새 코너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지만 과거의 프로그램과 닮은꼴 포맷을 되풀이하고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와 KBS2 ‘해피 선데이’는 3월 29일 동시에 새 코너를 시작했다. ‘일밤’의 경우 탁재훈 신정환 윤손하를 내세워 ‘대단한 희망’(사진)이란 코너를 신설했다. 해피 선데이도 ‘불후의 명곡’ 후속 프로그램으로 이경규 김국진 이윤석 김태원이 출연하는 ‘남자의 자격’을 선보였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신선한 발상, 새로운 포맷’을 내세웠지만, 3주간 방영된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남자의 자격’을 보자. 이 코너는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부제처럼 제작진이 준 과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이른바 ‘미션 수행’은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소재. 같은 프로그램의 다른 코너인 ‘1박2일’에도 자주 등장하며, 과거 이경규가 나왔던 MBC ‘대단한 도전’에서도 익숙하다.
포맷의 익숙함은 화면 속 모습마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일으킨다. 4월 12일 방송에서 출연진들은 금연에 도움이 되는 침을 맞는 장면이 나왔다. 이경규 이윤석은 조형기 등과 함께 과거 MBC ‘일밤’의 인기코너였던 ‘건강보감’에서 여러 번 침을 맞았다. 다음 주 예고된 과제는 ‘다시 군대 가기’. 연예인 병영 체험은 숱하게 등장한 소재.
MBC ‘대단한 희망’은 1, 2회에 PD가 직접 나서 내레이션을 하고 제작진의 시각에서 출연진을 평가하는 독특한 설정을 보여줬으나 12일 방송에선 ‘참숯 만들기’에 도전하면서 코너의 방향을 “각 분야의 영웅에게 한 수 배운다”로 바꿨다. 과거 MBC ‘고수가 왔다’나 KBS2 ‘하이파이브’ 등과 어떤 점이 다른 것인지 의문이다.
이처럼 여러 차례 방송에서 선보인 포맷이나 유사한 출연진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는 소재 고갈 등이 원인일 것이다. 기존 포맷은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실험적 포맷이 주는 리스크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닮은꼴 포맷의 반복을 봐야 하는 시청자들은 개운치 않다.
KBS2는 13일 ‘천하무적 토요일’을 신설해 25일 첫 방송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중 한 코너가 육아체험을 다루는 ‘삼촌이 생겼어요’다. SBS가 얼마 전 방영했다가 폐지한 육아체험코너 ‘좋아서’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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