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내가 누군지를 보여줄 겁니다.”
81년 5월12일생 래퍼 수호(본명 배상인).
스물아홉의 그는 10대에 이미 세상살이가 버겁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 ‘러블리’는 첫 도전의 산물이다.
‘러블리’는 수호가 직접 음반레이블을 만들어 처음 발표한 음반이다. 지난해 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된 수호는 더 이상 ‘전속가수’를 거부하고, 직접 음반을 만들고 홍보하고 활동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08년 11월 ‘오늘도 맑음’이란 레이블을 만들었다.
혼자 유통사를 찾아가서 노래를 들려주며 3개월을 설득한 끝에 투자를 받아냈다. 제작 및 프로듀스 뿐만 아니라 음반디자인, 스타일리스트, 뮤직비디오 콘셉트까지 혼자 결정했다. 음반 홍보 자료도 직접 쓰고, 방송사에 음반심의도 직접 신청했다. 물론 방송 출연이나 지방행사 때도 혼자 다닌다.
인터뷰를 위해 스포츠동아를 찾아왔을 때도 전 매니저와 함께했다. “너무 없어보이게 혼자 다니지 말라”는 주위의 권고를 따른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건 힘들지 않은데, 방송 출연이나 언론 홍보는 혼자서는 버겁네요.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음악하고, 주위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회사 눈치 안보고 마음으로 도와줄 수 있어서 좋아요.”
수호의 ‘독립선언’은 일단 성공적이다. 미니 앨범 수록곡 ‘러블리’와 ‘부재중 전화’ 등이 온라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두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하지만 그는 “워낙, 신세 진 사람들이 많아서 다 갚으려면 더 벌어야 된다”며 웃었다.
수호는 음악이 하고 싶어 15세에 무작정 상경, 17세 때 음반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가수준비를 했다. 댄스그룹 AD1, 스맥스 등으로 활동했지만 큰 인기는 얻지 못했다.
“지금 29살이에요. 20대에 한번 해보고 싶어요. 내가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도전의식이 생겼고,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인지도도 높지 않아,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거엔 그런 생각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부모님께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음반엔 손호영과 김범수, 지은 등 그의 ‘절친’들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부드러운 랩과 멜로디의 편안한 힙합 스타일의 곡들이 앨범에 채워졌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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