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로 가는 여정은 새롭다. 때론 두려움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그 성취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다. 한국영화가 지금, 그 ‘미지의 세계’로 가는 여정에 발길을 내디뎠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 존재의 신비감을 주는 탐정, 국가정보원 요원의 로맨스, 미술품 복제와 복원의 이야기,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가는 은둔형 외톨이.
한국영화가 전과는 다른, 새로운 소재와 무대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개봉 이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그림자 살인’(감독 박대민·제작 CJ엔터테인먼트)은 일제가 조선 강점을 꿈꾸며 다가오던 시기,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으로 탐정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었다.
23일 개봉하는 로맨틱 액션 코미디 ‘7급 공무원’(감독 신태라·제작 하리마오픽쳐스)은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활약을 두 남녀 요원의 로맨스와 함께 그려낸다.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국정원 요원의 모습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영화에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30일 개봉하는 ‘박쥐’(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역시 한국 영화 처음으로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디루었다. 박찬욱 감독은 외화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뱀파이어가 아닌, 전혀 새로운 뱀파이어의 모습을 담아냈다. 사랑에 관한 인간적 욕망과 흡혈의 탐욕 사이에서 갈등에 빠져드는 신부가 뱀파이어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는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같은 날 관객을 만나는 ‘인사동 스캔들’(감독 박희곤·제작 쌈지 아이비젼 영상사업단)은 미술품 복제와 복원전문가의 이야기를 스릴러로 푼 작품이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그 이면에 숨은 음모와 배신, 욕망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해준 감독 연출로 5월14일 선보이는 ‘김씨표류기’(감독 이해준·제작 반짝반짝영화사)에는 세상과 단절하고 숨거나 스스로를 가두고 사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가 등장한다. 아픔을 가리기 위해 세상에 나서지 않는 여자 ‘김씨’의 모습을 통해 새 희망에 관한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영화에서 이처럼 과감하게 새로운 소재나 이야기의 무대를 택하는 것은 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한국영화는 늘 새로운 소재와 기획으로 승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면서 “최근 다양한 작품들 역시 그런 노력에서 나온 것이고 늘 새로운 소재와 기획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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