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데렐라 스토리’냐”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누리꾼 “그저 바라보다가-찬란한 유산 설정 식상”

“또 그 이야기야?”

지난달 말 새로 시작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드라마를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올 듯싶다.

4월 29일 시작한 KBS2 수목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는 우체국 직원 구동백(황정민)이 톱스타 한지수(김아중)와 계약연애를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다. 4월 25일에 시작한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은 재벌 2세 선우환(이승기)과 가난하지만 씩씩한 아가씨 고은성(한효주)이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그저 바라보다가’처럼 톱스타와 ‘평범남’을 내세운 드라마나 영화로 금세 최지우 유지태 주연의 SBS 드라마 ‘스타의 연인’(2008년), 영화 ‘노팅 힐’(1999년)이 떠올랐다. 비슷한 주인공을 내세운 일본 후지TV ‘스타의 사랑’(2001년), 주차요원과 최고 인기 슈퍼모델이 가짜 연인이 된다는 프랑스 영화 ‘발렛’(La Doublure·2008년)도 있다.

이런 설정이 어제, 오늘이 아닌 까닭에 ‘그저 바라보다가’는 1회가 나가자마자 인터넷 게시판에서 표절 논란까지 불거졌다. 누리꾼들은 드라마 ‘스타의 연인’이나 영화 ‘발렛’과 설정, 극의 흐름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평범한 사람과 스타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극의 소재로 쓰였다”며 표절 의혹을 일축했다. 표절 논란은 놔두더라도 톱스타와 평범한 남성의 사랑이라는 기막힌 설정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그만큼 식상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은 안하무인 재벌 2세 선우환이 자기 대신 느닷없이 회사를 상속받게 된,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성 고은성과 만나면서 좌충우돌 사랑을 키워간다는 내용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발달장애를 앓는 동생까지 실종되는 상황에 놓이는 고은성이 선우환의 할머니인 진성식품 회장을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는 최근 끝난 KBS2 ‘꽃보다 남자’(4월 종영), KBS1 ‘너는 내 운명’(1월 종영)을 비롯해 TV에서 숱하게 봐온 내용이다. 주부 이근영 씨(33)는 “요즘 드라마는 비슷한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면서 “새 드라마들도 줄거리만 들어도 식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톱스타와 평범한 사람, 재벌 2세와 신데렐라라는 상투적인 캐릭터, 진부한 설정이 ‘닮은꼴’ 드라마만 계속 양산해내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드라마를 TV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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