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은 실직, 사업 실패로 가족의 곁을 떠나는 가장들과 남겨진 가족의 고통을 다룬 ‘추적 60분-2009 가족 보고서 아버지가 사라졌다’(사진)를 8일 오후 10시 방영한다. 3년 전 사업에 실패한 장기철(가명) 씨는 밤마다 PC방에서 잠을 잔다. 매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장 씨의 소망은 돈을 모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작은 가게를 여는 것이다. 제작진은 장 씨처럼 PC방, 만화방, 찜질방 등을 전전하는 실직 가장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혼 부부 7쌍 중 1쌍이 경제 문제로 헤어진다는 2008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통계에서 보듯 실직은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족 해체가 아이들에게 주는 고통도 크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버지가 가출한 뒤 알코올의존증에 걸린 어머니와 사는 경기 이천시의 초등학생 삼남매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며 끼니도 챙겨먹지 못했다.
MBC는 위암 말기 환자이면서 풀빵 장사를 하며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다큐멘터리 사랑-풀빵 엄마’ 편을 이날 오후 10시 55분 방영한다. 거리에서 풀빵 장사를 하는 ‘싱글맘’ 최정미 씨(38)는 2007년 7월 위암 판정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얼마 전 재발해 말기에 이르렀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던 남편과는 둘째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헤어졌다. 두 딸 은서(8) 홍현 양(6)은 어린이집에서 지내고, 최 씨는 복지시설에서 살고 있지만 그곳도 11월이면 기한이 끝난다. 최 씨는 아이들과 함께 살 집을 구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은서의 학용품을 마련하기 위해 항암치료로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풀빵 반죽을 준비하고 오후 9시까지 장사를 한다.
EBS는 지체장애인 아들의 효도를 다룬 특집 ‘희망풍경-태백 사모곡’을 이날 오후 10시 40분 방영한다. 강원 태백시의 권철환 씨(39·지체장애 3급)는 어머니 김맹순 씨(83·지체장애 2급)를 모시고 산다. 권 씨는 갑작스레 하반신이 마비돼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머리를 감겨드리는 일을 20년째 해 오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의 낡은 이불 홑청을 뜯어 세탁하기로 마음먹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