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SBS ‘황금나침반’(오후 11시 5분·사진)의 첫 방송이 나간 뒤 프로그램의 선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진행한 ‘황금나침반’은 방황하는 청춘의 인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설가 이외수 씨 등 5명의 ‘멘터’가 조언해 준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첫 방송 출연자는 속칭 ‘텐 프로’라고 불리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대생, 사귄 여자가 100명에 이른다는 ‘현대판 카사노바’ 청년이었다.
눈만 빼고 얼굴을 가린 채 출연한 김시은 씨(가명·23)는 “밤이 되면 난 또 다른 내가 된다. 강남 최고급 룸살롱, 그곳에서 난 ‘텐 프로’다. 벌써 1년째 스물세 살 평범한 대학생이자 ‘텐 프로’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가게에서 손님으로 만난 남자친구가 보통 한 달에 400만 원 정도의 용돈을 준다”고 하자, 한 패널이 “그건 스폰서 아니냐”고 물었다. 김 씨는 “400만 원 중 300만 원은 남자친구에게 쓰기 때문에 스폰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패널들이 “받은 돈 가운데 상당액을 쓰니까 (스폰서가 아니라) 정당한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 “그런 게 진실한 사랑일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하자 김 씨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오늘부터 안 받겠다”라고 대응했다. 방송 내내 이런 식의 별 의미 없는 공방이 이어졌다.
또 김 씨는 진행자와 남성 패널들을 시종일관 ‘오빠’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한 달 수입은 최고 2000만 원, 평균 1000만 원” “(술집에 오는) 힘든 사람에게 따뜻한 상담을 해주는 데 보람을 느낀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패널들도 “술집 체질이다” “본인이 공주인 줄 아느냐” 등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김 씨에 이어 “자신감만 있으면 얼마든지 여자를 유혹할 수 있다”는 박용태 씨(26)가 나왔다. 박 씨의 고민은 “주변 사람들이 왜 나를 바람둥이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이날 스튜디오에는 박 씨의 전 여자친구가 나와 “나를 만나면서 왜 다른 여자를 함께 만났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 프로를 지켜보면서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의 수많은 고민 가운데 왜 하필 선정적인 내용의 주제를 지상파가 나서서 해결해 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시청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 듯싶다.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황금나침반’은 6.4%의 시청률을 보였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은 12.3%, KBS2 ‘코미디쇼 희희낙락’은 8.6%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