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같은 멜로드라마” 언론들도 갈채
“가슴 벅차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감격
“세상 모든 이에게 어머니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봐달라.”
김혜자는 낯선 관객들의 길고 뜨거운 환호와 박수 속에서 눈물을 훔쳤다. 옆자리의 봉준호 감독과 원빈, 진구 등 그녀와 함께 ‘마더’를 완성한 동료들은 서로 보듬어 안으며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나눴다. 김혜자의 얼굴은 한껏 상기된 채 감격스러움을 온통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다.
17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의 드뷔시극장은 김혜자 그리고 봉준호 감독과 원빈 등 ‘마더’ 팀에 대한 박수와 환호의 열기로 가득했다. 특히 엄마 역의 김혜자에게 쏟아진 찬사는 해외 언론의 극찬으로 이어졌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이날 밤 ‘마더’의 언론 시사 직후 온라인 리뷰 기사를 통해 “고통과 분노로 가득한, 한없이 풍부한 그녀의 표정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매력이다”고 극찬했다. 이어 “김혜자의 압도적인 연기가 중심이 되는 오페라 같은 멜로드라마”로 ‘마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혜자는 영화에서 어딘가 모자라고 어수룩한 27살 아들에 대한 노심초사의 심정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 역을 연기했다.
살인범의 누명을 뒤집어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처절한 투쟁에 나선 그녀는 오로지 아들에 대한 모성의 설움과 비통함, 슬픔을 최대치의 연기로 표현해 관객을 한없는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는다. 스크린 인터내셔널 등 해외 언론의 극찬도 바로 이런 연기력에 대한 찬사이다.
김혜자의 열연은 영화가 칸에서 공개된 이후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몽드를 비롯해 영화전문지 르 필름 프랑세즈 등의 인터뷰 요청을 몰고 왔다. 김혜자는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이들 언론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는 1963년 KBS 공채탤런트 1기로 데뷔한 뒤 특히 드라마 '당신’과 ‘전원일기’ 그리고 최근작 ‘엄마는 뿔났다’ 등을 통해 ‘한국 어머니의 표상’으로 각인되어왔다. 봉준호 감독이 ‘마더’의 주연으로 선택한 것 역시 그런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자 함이었고 김혜자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김혜자는 데뷔 이후 모두 세 편의 영화에 출연, 모두 해외에서 인정을 받는 역량을 발휘해왔다. 1982년 스크린 진출작 ‘만추’로 제2회 마닐라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최진실과 함께 한 1999년작 ‘마요네즈’로 제5회 인도 케라라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지금 2009년 5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대의 찬사를 받고 있다. 46년 연기 인생에 있어 ‘최고의 순간’이기도 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위에서 김혜자는 “가슴이 벅차다”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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