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섹션에서 레드카펫을 밟은 그는 특유의 무덤덤한 얼굴로 커다란 감흥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깊어 보이는 눈망울 속에는 오랜 만에 재개하는 연기와 또 그 만큼 반가운 갈증이 숨어 있는 듯했다.
원빈은 ‘마더’에서 27살의 ‘성인’이지만 여전히 어수룩하고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듯한 멍한 표정으로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이후 자신을 구해내려는 엄마(김혜자)의 필사적이고도 집요한 노력과 맞물리면서 원빈은 그 깊은 눈빛으로 캐릭터를 곧잘 소화해냈다.
다음은 17일 밤 칸에서 한국 기자단과 나눈 일문일답.
- 극중 캐릭터가 매우 순진무구해보인다.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순진무구함이란 과연 어떤 걸까. 순수한 게 아니라 어리바리하다. 나도 내 자신을 알 수가 없다. 걸음걸이 같은 면모도 내적인 면에 치중해야 외적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다.
“마치 바보스런 캐릭터를 드러내는 듯, 그렇지 않은 듯해야 했다. 대사보다는 모든 상황들을 눈빛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빈의 말을 듣고 있던 김혜자가 “정말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다”면서 “아슬한 경계선을 마치 줄타기하듯 했는데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 4년 만의 복귀인데 캐스팅 제안을 받고 고민은 없었나.
“정말 없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연기를 하고 싶었다. 배우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캐릭터였다.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마더’ 속에서 “엄마랑 잔다”는 대사가 가끔 등장한다. 모자지간이 미묘한 관계라는 느낌도 든다.
“한국에서는 엄마와 아들이 함께 자는 게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 김혜자와 함께 작업하면서 ‘정말 우리 엄마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
“처음엔 많이 어려워하고 낯설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부터 눈빛이 엄마 같았다. 눈빛이 너무 소녀 같으시다. 절로 마음이 가더라. 그게 또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 4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연기를 하지 않고 있을 때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작품을 많이 할 수 있는 상황도, 입장도 아니었지만 그랬다. 내가 타고난 끼를 갖고 있지 않아서 내가 스스로 채우지 않으면 안된다. 쉬면서 뭔가 얘기하고 싶은 게 많이 생겨났다.”
- 김혜자가 서로 많이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도 그러시고, 비슷한 면도 많은 것 같다. 이곳 칸에 와서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파리로 도망갈래?’ 하시더라.”(웃음)
(여기서 김혜자는 ‘마더’의 공식 상영장에서 원빈의 손을 꼭잡고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모자지간으로 상상됐다.)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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