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한국 시간) 폐막한 제6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평단과 시장의 고른 호평을 받았다.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평가가 엇갈렸지만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나머지 9편의 한국영화 초청작은 모두 현지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박쥐’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라는 파격적 소재로 영화제 초반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박 감독은 폐막식에서 “초기작 두 편으로 참담한 실패를 겪은 뒤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현실에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다”며 “나는 ‘창작의 괴로움’은 모르고 ‘창작의 즐거움’만 생각하는 감독”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뒤 두 번째 칸 영화제 본상 수상. 그는 “최고의 동료인 배우 송강호 씨와 영광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24일 열린 이 부문 시상식에서 상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경쟁부문 후보작으로 손색이 없었다”는 외신의 평가를 받으며 포르투갈, 홍콩, 대만에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감독주간을 빛낸 독특한 화제작으로 평가받았다.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 파운데이션’에서는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이 3등상을 수상했다. ‘7급 공무원’은 아시아 10개 나라에 판매됐으며 ‘해운대’ 등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의 선판매도 이뤄졌다.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오스트리아 출신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에 돌아갔다.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둔 독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파시즘이 학교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그린 영화. 하네케 감독은 2001년 ‘피아니스트’로 심사위원대상, 2005년 ‘히든’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대상은 프랑스 출신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가 차지했다. 영국의 앤드리 아널드 감독이 연출한 ‘피시 탱크’는 ‘박쥐’와 공동으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필리핀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키나테이’(감독상), 러우예 감독의 ‘스프링 피버’(각본상)는 ‘박쥐’와 함께 본상을 받은 아시아영화가 됐다. 남우주연상은 ‘잉글로리어스 배스터즈’(미국)의 크리스토프 왈츠, 여우주연상은 ‘안티크라이스트’(덴마크)의 샤를로트 갱스부르에게 돌아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