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치 않은 흥행돌풍, 봉준호의 ‘마더’

  • 입력 2009년 6월 3일 09시 00분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의 초반 흥행성적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8일 전국 551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31일 스크린을 626개로 늘리며 나흘만에 약 12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마더'의 초반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로 한국 영화의 흥행기록을 새로 써온 봉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꽃미남 배우 원빈의 복귀작품이자 '연기 9단' 김혜자가 출연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런 표피적인 특징에 더해 흥행 몰이에 나선 '마더'에는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매력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마더' 상승세 욱일승천

'마더'는 지난 28일 개봉과 함께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12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가늠해보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수치다.

그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2003)은 525만명을 동원했고, '괴물'(2006)은 1300만명이 찾아 한국영화 최다 관객동원 기록을 세웠다.

'마더'의 흥행 바람은 수년 만에 나온 인기 감독의 작품인데다가 올해 칸 영화제의 호평이 맞물리면서 갈수록 거세지는 조짐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조사 및 통계를 담당해온 한승희 연구원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과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현재의 흥행 가도를 비춰봤을 때 당분간 박스오피스에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미로 포장한 현실 비판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시선을 끄는 이유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영화 속에 담으면서도 '재미'라는 상업성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살인의 추억은 공권력의 무기력함을, 괴물은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 미국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하지만 그 비판은 등장인물의 유머(송강호)와 특수 효과(괴물)로 인해 영화 전면으로 부각하기보다는 안으로 스며든다.

게다가 차가운 현실 비판과 함께 늘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영화 곳곳에 묻어 있다. 봉 감독의 영화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이유다.

동국대 유지나 교수는 "봉준호 감독은 지금까지 왜 약자가 계속 피해자가 되는가, 왜 선출 권력이 국민, 그중에서도 약자를 괴롭히는가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이어 "현실 권력을 이처럼 비판하면서도 약자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 측은지심(惻隱之心)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화는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더 강해진 등장인물의 감정선

'마더'의 특징은 전작들보다 등장인물의 감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그 감정의 결이 더욱 더 강렬해졌다는 점이다. 살인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아들을 바라보는 김혜자의 감정은 집착과 광기에 가깝고, 정신적으로 다소 모자란 도준(원빈)의 감정 기복도 심하다.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 상영 당시 김혜자의 역할을 "숭고한 엄마와 야수 같은엄마가 동시에 있는 엄마"라고 소개했다. 이는 그만큼 감독이 격정적인 인물을 그리는 데 천착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유지나 교수는 "'마더'에는 생명체로서의 두려움과 분노와 절망 같은 감정들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영화 평론가 김봉석 씨는 "전작들보다 등장인물의 감정이 강해졌고, 톤도 어두워졌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는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성적인 부분이 중요한데 실상 영화를 이끌어 가는 요소는 광기에 가까운 엄마의 감정이라는점에서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의 형식적 진화

'마더'는 형식적 측면에서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영화 오프닝과 엔딩 장면은 그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화려한 미학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너른 벌판에서 넋이 나간 김혜자가 혼자 춤을 추는 오프닝 장면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엔딩 장면은 서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매우 독창적인 미감을 선보인다. 영화 중간 중간 보이는 푸른색 화면은 폴 토마스 엔더슨 감독의 '펀치드렁큰러브'의 색감과 맞닿아 있다.

평론가 김봉석 씨는 "형식적으로 상당히 의욕을 보인 작품"이라고 평하면서 "대중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영화 형식을 실험했다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개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영화"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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