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에세이] 하늘로 간 원로배우 도금봉… 최은희에 보낸 마지막 편지

  • 입력 2009년 6월 8일 08시 08분


“최은희 선생께 전해드려야 하는데….”

1950, 60년대 은막의 톱스타였던 도금봉씨가 3일 타계했음을 뒤늦게 기사로 알린 5일 밤이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79살의 여배우가 조용히 숨을 거두었고, 때늦은 기사로 이를 알린 안타까움을 속절없는 담배 연기로 달래던 때였습니다.

자정 가까운 시간, 발신번호를 알 수 없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생전 고인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모셨다는, “김이다”라고 성만 밝힌 한 남성이었습니다.

그는 “고인께서 ‘내가 나중에 눈을 감게 되거든 최은희 선생께 전해달라’며 몇 년 전에 한 통의 편지를 남기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른다며 “주소만이라도 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편지 내용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면 지나친 직업상 호기심이었을까요. 그러나 전화를 건 분 역시 편지를 뜯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오랜 통화 끝에 기자는 그에게 6일 오전 다시 연락을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밤이 깊었고, 공인의 연락처를 함부로 알려줄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연락은 끊기고 말았습니다. 7일 오후 최은희 선생의 아들인 신정균 감독에게 편지에 관해 알고 있는지 물었지만 그 역시 알지 못했습니다. 신 감독은 고인이 숨지기 며칠 전, 한 복지시설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이미 고인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였고 10여년 만에 만난 연기 동료 최은희 선생마저 알아보지 못할 만큼 위독했다는군요.

최은희와 도금봉. 한때 최고의 여배우들였으며 “자매 같은” 우정을 나누며 살았다는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인이 10여년 전 주변과 모든 연락을 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되면서 일체 만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인은 자신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지 말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6일 발인과 장례 역시 조용히 치러졌다는군요. 어쩌면 고인은 작품으로만 세상 사람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을까요. 그녀가 출연한 500여편의 영화를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때로는 관능적 팜파탈, 억척스런 여성, 수더분한 어머니 등의 다양한 이미지만은 추억할 수 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을 찾아, 혹은 매주 일요일 밤 방송되는 EBS ‘한국영화특선’을 통해 고인의 연기를 다시 만나는 것은 어떨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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