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전 89kg이었어요. 매니저가 된 뒤 불규칙하게 생활하고 폭식하면서 30kg이 불은 거죠.”
인기 그룹 ‘쥬얼리’ ‘V.O.S’ 등이 소속한 연예기획사 스타제국에서 매니저로 활동 중인 이재봉 씨(25)의 말이다. 케이블 채널 엠넷 ‘제국의 아이들’(수 오후 6시)은 이 회사가 신인 그룹을 데뷔시키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화제다. 이 씨와 조성운 실장(29) 류재현 팀장(28)도 매니저로 이 프로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스타제국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나 매니저들의 생활을 들었다.
이 씨는 최근 쥬얼리의 박정아에게서 “120kg인 몸무게를 15kg 줄이면 1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받았다. 매니저 생활 4년차인 이 씨는 “얼마 전 탈장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었더니 7kg이 빠지더라”며 웃었다.
충북 음성군이 고향인 그는 20세 때 서울에 올라와 동대문의 쇼핑몰 안전관리팀에서 일하다 연기자 경호를 맡은 것을 계기로 스타제국에 입사했다. 3개월 수습기간에는 건물 마당의 나무를 뽑아 다시 심고, 물건 심부름, 청소, 운전을 도맡아 했다. 같은 매니저 출신인 신주학 대표가 정신무장부터 시킨 것. 수습을 뗀 뒤에도 전화 연결음이 세 번 울릴 때까지 선배 전화를 안 받거나 일정에 1분이라도 늦으면 큰일이 나는 것으로 교육을 받았다. 하루 2000km 넘게 운전하기도 했다. 원래 소방관이나 형사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쥬얼리가 가요 프로그램 1등 했을 때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매니저 7년차인 음반1팀 조 실장. 프로그램 중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들을 가차 없이 귀가시키는 등 차가운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매니저 입문에 얽힌 사연이 흥미롭다. 입사 전 이전 쥬얼리 멤버였던 이지현을 좋아한 그는 당시 친구였던 쥬얼리 매니저가 “연예인과 항상 가까이 있어 사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빠져 스타제국에 입사했다. 하지만 첫 출장지인 부산에서 사흘 밤을 내리 지낸 뒤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에 대한 환상이 모두 깨졌다. 그는 “한때 군인 사병보다 적은 월급을 받으며 일한 뒤 오기가 생겨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씨와 ‘톰과 제리’처럼 아옹다옹하는 쥬얼리 담당 류 팀장은 매니지먼트학과 출신이다. 류 팀장은 “작은 사고도 연예인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장에서는 경험과 순발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이 일정을 소화하면 연예인보다 매니저가 더 지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제국의 아이들’을 촬영하며 카메라 앞에 서는 스트레스가 심한 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매니저는 박봉에 격무로 버티기 힘든 직업이에요. 세월이 지나도 성공은 멀리 있고 보장은 없거든요. 그래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해 내 손으로 스타를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참고 배웁니다. 해볼 만하잖아요?”(조 실장)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