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 하늘 찔러” e메일
지난해 4월 18일 한미 정부 간에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된 뒤 MBC PD수첩이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를 촉발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부각시켰던 PD수첩의 방송 내용을 본 시청자들은 경악했고 수많은 시민이 정부를 비난하며 거리로 몰려 나왔다.
그러나 PD수첩의 이 같은 방송 내용은 제작진에 의해 의도적으로 핵심적인 내용 30곳이 원래 취재내용과 다르게 보도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특히 검찰은 김은희 작가가 지인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낸 사실을 공개해 일부 제작진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편향된 보도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의도적인 오역 및 번역 생략 △객관적 사실 왜곡 △중요한 사실에 대한 설명 생략 △여러 가능성 가운데 특정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단정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식품부 정책관이 인터넷에서 ‘매국노’ 등 욕설에 시달리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협박을 당하는 등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당했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업체가 가맹점 계약이 취소되는 등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허위사실 보도가 PD수첩 제작진의 주장과 달리 실수가 아니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이 같은 추정의 근거로 김 작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6월 7일 “(‘광우병’ 편을 제작하면서)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도 어찌나 광적으로 일했는지. 아마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 더 그랬나 보다”는 내용의 e메일을 지인에게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현 정부에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던 김 작가 등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방향을 미리 정해 놓고 허위 왜곡보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PD수첩 측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에 대해 담당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면 앞으로 모든 언론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번 수사를) 정치검사에 의한 정치수사로 규정하며 재판 과정에서 무죄임을 입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MBC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이 총체적으로 왜곡 조작됐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면서 “충격적이며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