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도덕적 판단까지… 검증도 소홀”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시사 프로그램, 작가에 지나치게 의존”

■ PD저널리즘-작가 문제점

“시사 프로그램의 생명은 ‘관점’과 ‘맥락’에 맞게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겁니다.”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의 메인작가였던 김은희 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이 말은 PD저널리즘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PD저널리즘은 사실을 위주로 하는 기자 저널리즘과는 달리 ‘관점’을 중시한다.

관점에 맞게 사실이 확보되면 순기능을 발휘하지만 관점과 다른 사실을 폐기하거나 의도적으로 비틀 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PD수첩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광우병 위험’이라는 결론이 나오도록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나 아레사 빈슨의 사례를 과장 왜곡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발표다.

윤영철 연세대 교수는 “PD저널리즘은 사회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주장을 담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논쟁이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제작자가 도덕적 판단을 내려 ‘정의’의 관점에서 비판해야 한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PD저널리즘은 취재 보도에서 잘못된 것을 걸러내는 게이트키핑(내부 검증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기자들의 보도 및 글쓰기와는 달리 시사프로그램은 PD와 작가로 이뤄진 소규모 팀에서 모든 제작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 검증에 소홀하기 쉬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KBS의 한 중견 PD는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다른 팀이 무슨 취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일부에선 제작의 독립성을 내세워 부장 국장에게 취재 과정과 내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사 프로그램에선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 않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한 구성작가는 “취재 아이템을 결정하면 상당 분량의 자료 수집과 원고 작성을 작가들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는 “PD저널리즘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상”이라며 “PD수첩은 중대한 과실, 무모한 경시 등 저널리즘의 기본을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에 문제점이 발견된 뒤에도 사후 검증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