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포지션으로 본 상반기 방송가 BEST 11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꽃보다…’ 이민호 대형 골게터로
‘미실’ 고현정은 명품 프리킥

2009년 상반기 TV 연예가 최고의 스트라이커는 누구일까.

동아닷컴(www.donga.com)과 구글코리아(www.google.co.kr)에서 제공한 인기 검색어 순위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연예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이들을 축구 포지션에 대입해 ‘베스트 11’을 뽑아봤다. 배치는 최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많이 쓰는 ‘4-4-2’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했다.

○ 공격수-‘섀도 스트라이커’ 이승기

▽이민호=두말 할 것 없는 대형 센터포워드(CF)의 탄생이다. ‘꽃보다 남자-F4’란 좋은 유소년팀 출신. 골 들어간다고 골키퍼를 바꾸진 않지만, 여심을 흔드는 “골대가 움직이는” 슛 한 방으로 우뚝 섰다. 여러 역할을 감당할 기교는 아직 부족한 ‘타깃형’ 스트라이커이므로 CF 이상의 경험을 빨리 쌓아야 한다.

▽이승기=귀여운 남동생 이미지에서 하는 작품마다 성공하는 대형 우량주로 변신했다. 예능(1박 2일)과 드라마(찬란한 유산)를 넘나들지만, 원 톱으로 나서진 않는다는 점에서 섀도 스트라이커의 전형을 보여준다. 최근 디지털 싱글 ‘결혼해줄래’를 발표해 잊고 있었던 그의 본분도 되새겼다.

※장서희=베스트 11 경합에선 밀렸지만 ‘복수 일일극’이란 확실한 무기가 있어 후반기 조커로 유력. 언제나 통속적인 드리블로 악평도 얻지만, SBS ‘아내의 유혹’에서 ‘구느님(구은재+하느님)’이란 별명처럼 못하는 연기가 없다.

○ 미드필더 손담비, 현란한 발 기술

▽소녀시대=호날두의 발재간을 닮은 개다리 춤(지·Gee)으로 상반기 가요계를 석권한 공격형 윙어(winger). 현란한 기술보다 놀라운 건 ‘9개의 심장’이란 별명에 걸맞은 활동량이다. 가요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드라마 예능 쇼MC 라디오DJ 등으로 쉼 없이 뛰었다. 단, 잦은 출장으로 식상함이란 부상 우려.

▽고현정=소녀시대가 호날두라면, 고현정은 데이비드 베컴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악역 미실이란 명품 프리킥 하나로 “역시 레전드”란 찬사를 얻고 있다. 대형 스트라이커에서 조연으로 보직 변경도 마다하지 않는 그는 이제 나이도 활동량도 노장 베컴을 더 닮았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강력한 한 방은 없어도 정교한 패스(대사)가 좋았다. ‘아내의 유혹’ ‘꽃보다 남자’와 ‘선덕여왕’ ‘찬란한 유산’ 사이에 생긴 틈새 공백을 잘 파고든 조율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실력 있는 배우, 윤상현 최철호의 재발견이 컸다.

▽손담비=그가 미드필더로 분류된 게 꼭 숨 막히는 ‘허리’ 때문만은 아니다. ‘미쳤어’에서 ‘토요일 밤에’로 이어지는 묘하게 다리를 흔드는 발기술에 예능과 가요계를 넘나드는 활동량은 중원을 책임질 만하다. 할리우드 진출을 선언했다 접는 페이크 기술에도 능한 편.

○ 수비수-전진 ‘오버래핑’으로 부활

▽KBS ‘개그콘서트’=10년 공력은 만만치 않았다. 치열한 방송 3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경쟁에서 승리를 지켜낸 철벽 수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센터백 네마냐 비디치를 닮은 강력한 헤딩슛(‘분장실의 강 선생님’)도 곧잘 터뜨린다. 최근 한 출연자의 절도사건으로 사회면에도 진출했다.

▽박미선=최양락과 마지막까지 경합했으나 예능은 물론이고 라디오와 시트콤까지 고정출연하는 ‘안정성’에서 점수를 얻었다. ‘줌마테이너(아줌마+엔터테이너)’란 신조어를 만든 선봉장. 남편 이봉원은 그가 보여준 생활 개그의 원천이지만 레퍼토리를 바꿀 때도 됐다.

▽전진=한때 그는 그룹 ‘신화’에서 가장 각광받았다. 그리고 다른 멤버가 모두 자기 색깔을 찾던 때, 전진은 가장 어정쩡했다. 하지만 최근 무한도전 정식 멤버 등 예능계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자기만의 포스를 찾았다. 최근 열애 고백도 화제에 일조했다.

▽MBC 예능 ‘라디오스타’=그들은 크게 주목받는 역할은 아니다. 뒤치다꺼리에 능한 스토퍼나 스위퍼가 적격이다. 하지만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 4명 모두 지상파만 3∼5개씩 고정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파워맨. 다만 파생상품이던 ‘명랑히어로’가 폐지되고 ‘라라라’에선 모두 하차하며 한계를 노출했다.

○ 수문장-팀원 독려에 발군 유재석

▽유재석=역시 가장 경합이 치열했던 포지션. 특히 양대 산맥 강호동과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다만 올 상반기만 놓고 볼 때 강호동은 1∼2개 프로그램이 아직 안정권에 들지 않았다는 게 탈락 이유. 강력한 카리스마는 덜해도 전체 팀원을 독려해 ‘승리(시청률)’를 챙기는 수문장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최악 컨디션 연예인들

권상우-최지우 ‘최고 먹튀’
주지훈-오광록 ‘부상 명단’

우울한 상반기를 보낸 이들도 있다.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거나 마약 스캔들에 연루돼 ‘DL’(Disabled List·부상자 명단)에 오른 이들도 있다. 드라마 ‘궁’(2006)으로 인기를 모은 뒤 영화 ‘키친’(2009)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남자 ‘두레’를 연기한 배우 주지훈은 마약 혐의로 4월 불구속 입건됐다. 영화 ‘올드 보이’로 낯익은 중견 배우 오광록도 12일 구속됐다.

‘개그 콘서트’(KBS2) ‘범죄의 재구성’에서 억울한 피의자 역을 연기했던 곽한구는 카센터에서 외제 승용차를 훔쳤다가 16일 경찰에 붙잡혔다. 출연 코너 ‘독한 것들’까지 폐지된 곽한구가 부상에서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결점 스트라이커’로 불리다가 첼시에서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고의 ‘먹튀’로 찍혀버린 %첸코처럼 일부 한류스타도 주연한 드라마에서 참패했다. 권상우의 ‘신데렐라맨’(MBC)과 최지우의 ‘스타의 연인’(SBS)은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벤치 워머’(Bench Warmer)처럼 방송 활동과 별개로 화제가 된 연예인도 있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일일극 ‘두 아내’(SBS)에서 주연한 배우 손태영도 극중 연기보다 란제리 룩을 입고 제작 발표회장에 나선 것이 더 회자됐다. “배우로서 각오를 나타냈다” “패션감각이 ‘꽝’이었다”는 평이 엇갈렸다. 소녀시대에 비해 저조했던 원더걸스는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어서 스토브리그(Stove Leage·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기간)에 있는 셈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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