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MBC사장은 말하라

  • 입력 2009년 6월 23일 16시 59분


◆동아논평: MBC사장은 말하라

MBC 엄기영 사장이 22일 "사퇴여부는 내가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퇴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사퇴할지 말지는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간섭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최근 'PD수첩' 사태를 놓고 청와대에서 "외국 같으면 경영진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할 일"이라고 한 데 대해 반박을 한 것이지요.

엄 사장의 발언은 원칙적으로 옳습니다. 청와대가 방송사 사장의 퇴진을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왜 이런 공방이 벌어져야 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광우병 시위로 대한민국이 불탔던 배경에는 MBC PD수첩이 있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을 것 같은 충격적인 영상과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은 이 프로그램에 30여 곳이 넘는 왜곡과 과장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국민은 PD수첩의 거짓주장에 속았던 것이지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프로그램 작가가 쓴 e메일에서 밝혀졌습니다.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여서 광적으로' 일했고, 그래서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은…그 대중의 힘'을 보고도 그 끝이 불안하고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PD수첩은 단순히 사기극을 펼친 게 아니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정권이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고 PD수첩과 MBC노조는 주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일개 프로그램이나 노조에 맡기지 않았습니다. MBC라는 방송사에 맡긴 것이지요.

그렇다면 MBC를 대표하는 사장이 말해야 합니다. MBC 직원도 아닌 일개 프리랜서 작가가, 또는 특정 의도를 가진 프로그램 하나가, 국민이 선출한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국민이 빌려준 전파를 멋대로 써도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국민에 죄송한지를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장에게 사장직을, 그런 방송사에 전파를 계속 맡겨도 되는지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런 태도 표명도 없이 자리보전에만 급급 하는 엄기영 사장이 MBC의 수치로 남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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