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미셸과 카림. 매사 어설픈 이 두 남자는 ‘그들이 아는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한 여성’인 페미니스트 작가 아가테에게 출연을 제안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사람이 만나면서 주변 인물 사이에도 복잡한 ‘관계의 파동’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영화는 하나의 줄거리를 고집하지 않으면서 인물들의 움직임에 따라 사방으로 이야기를 뻗어나간다. 성실하게 아내를 보좌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아가테의 남편 앙투안, 유부남인 카림과 같은 호텔에서 일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웨이트리스 오렐리, 위선적인 남편에게 환멸을 느끼며 미셸과 바람을 피우는 아가테의 동생 플로랑스. 감독은 주변 인물을 곁가지로 취급하지 않고 모두의 사연에 설득력 있는 생동감을 부여했다.
2006년 ‘영광의 날들’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카림 역 자멜 데부즈의 힘 쫙 뺀 연기가 산만해질 뻔한 이야기의 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성급하게 정리한 해피엔딩은 8년 전 보여줬던 톡톡 튀는 줄다리기에 비해 조금은 맥 빠진 느낌을 준다. 전편에 반복해서 흐르는 슈베르트의 ‘곤돌라 뱃사공(der Gondelfahrer)’이 보는 이의 감정 흐름을 조율해 준다. 12세 이상 관람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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