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길이의 광고 음악을 3-4분짜리 일반 가요로 새롭게 다듬어 정식 음원으로 발표하는 게 가요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디지털 싱글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 노래를 갖고 방송 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광고음악이 온전한 노래로 재탄생된 최근의 사례는 LG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 ‘오즈’의 테마송으로 사용됐던 ‘위저드 오브 오즈’. 이 노래는 당초 LG텔레콤 측이 클래지콰이에 광고음악을 의뢰해 제작됐다가, 반응이 좋자 멜로디를 더 추가해 하나의 노래로 재탄생했다.
DJ클래지가 만든 ‘위저드 오브 오즈’는 경쾌한 하우스 일레트로닉 곡이며, 호란이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생각하면서 노랫말을 붙였다. 발표 당시 벅스뮤직 등에서 10위권에 올랐으며 김범과 유승호, 이연희, 김기범 등 CF 출연진의 인기 덕분에 자연스레 뮤직비디오도 큰 인기를 얻었다.
빅뱅이 출연한 하이트 맥주 광고의 배경 음악도 최근 재가공을 거쳐 ‘소 프레시, 소 쿨’이란 제목의 디지털 싱글로 발표됐다. 광고를 통해 이미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던 하이트 맥주 측은 ‘소 프레시, 소 쿨’ 디지털 싱글 발표와 함께 CF메이킹 필름을 뮤직비디오 영상으로 제작해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를 부른 빅뱅은 LG싸이언 ‘롤리팝’에 이어 광고음악으로 연속 히트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가 부른 비씨카드 삽입곡도 광고음악에 그치지 않고 노래로 발표됐다. 지난 해 비씨카드에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곡이 좋은 반응을 얻자, 다이나믹듀오 측은 이를 재편곡 등의 과정을 거쳐 ‘비욘드 월’이란 제목으로 발표, 방송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과거에 이런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86년 삼성물산 에스에스스포츠의 브랜드 ‘위크엔드’ CF 삽입곡이 좋은 반응을 얻자 작곡가가 후렴구를 붙여 ‘이상의 날개’라는 곡으로 재탄생시켰다. 당시 이 노래는 크게 히트했고, 노래를 부른 가수 이미키도 방송 활동에도 나서 청아한 목소리를 뽐냈다.
하지만 많은 광고 음악이 하나의 노래로 발매되고 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 사랑받는 추세는 최근에 벌어지고 있다.
우선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은 음악 제작자가 30초 광고의 시간만으로는 너무 곡이 짧고, 멜로디도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노래의 재가공에 욕심을 갖기 때문. 특히 광고를 통해 노래가 어느 정도 알려진 뒤에 노래로 발표할 때 홍보도 신곡보다 수월하다는 생각도 깔려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광고음악으로 그치지 않고 온전한 노래로 인기를 얻으면 제품홍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가수들이나 광고주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광고 음악이 모태가 된 노래는 간접광고의 소지가 있어 방송심의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최근 빅뱅과 투애니원이 함께 부른 ‘롤리팝’은 제품명이 노래 제목 그대로여서, 한 지상파 주간음악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지만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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