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녕의 별★다방] ‘선머슴’ 이요원, 잘 어울리네

평상시에는 힙합 바지를 즐겨 입는 아가씨. 좋아하는 노래 역시 지누션의 ‘에이요’(A! yo)였다.

170cm를 훌쩍 넘는 키지만 몸무게가 50kg도 채 안되는 깡마른 체구 게다가 얼굴은 손바닥으로 다 가려질 정도로 ‘조막’만 한, 외양상으로는 힙합 음악과 전혀 들어맞지 않는 그녀가 이요원이다.

첫 인상만 보면 새치름한 것이 영락없는 깍쟁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여자였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피 속에 진정한 힙합 정신이 깃들어 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잘 나가는 여배우로선 이른 감도 없지 않던 결혼도 그랬다. 연기력과 인기를 겸비한 20대 스타의 대표주자로서 어찌 보면 연기활동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니 주변에서 마냥 달가워하진 않았을 게 분명할 터. 하지만 ‘연애도 좋으니 결혼은 조금 더 있다했으면 좋겠다’는 만류에도 불구, 이요원은 뜻 한대로 한 남자의 여자가 됐다.

그녀가 요즘 안방극장의 화제작인 MBC ‘선덕여왕’에서 남장 여인으로 출연 중이다. 가냘픈 외모로 미뤄 ‘선머슴’같은 캐릭터가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일부에서는 우려를 금치 못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빗나간 예상이고 선입견이었음을 이요원은 연기로 증명하고 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하는 인물들이 배우 속에 일부는 내재된 모습이라고 가정했을 때, 어쩌면 ‘선덕여왕’은 그녀의 평상시 모습을 가장 편한 마음으로 투영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지.

어느덧 데뷔 12년차가 된 그녀를 두고 그동안 ‘배우 이요원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게 아닌가’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차분히 들여다보면 대박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큰 실패도 없었단 점. 나이 서른을 전후한 또래들과 견주었을 때 오히려 승률 면에선 이요원을 따를 만한 연기자는 흔치 않았다. 30대 배우로서 맞는 첫 작품인 ‘선덕여왕’을 통해 그녀의 진가(?)를 발휘하길, 그리고 큰 배우로 거듭나길 기원해 본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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