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윤형빈이 중견 배우의 민감한 개인사를 개그 소재로 삼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5일 방송한 KBS2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사진) 코너에서 윤형빈은 방청객으로 온 배우 김수미를 대상으로 ‘독설 개그’를 했다.
윤형빈은 “아, 그 욕쟁이 할머니”라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김수미 선생님은 참 대단한 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젊었을 때 힘든 시절 있어도 다 이겨내신 분이고 빙의(憑依·영혼이 옮겨 붙음) 현상을 겪으면서도, 귀신 들리는 거 있잖아, 다 이겨 내신 분이야.” 화면에 비친 김수미의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독설은 이어졌다.
“김수미 선생님 같은 여배우가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야. 그 영화와 드라마 속의 신들린 연기! 아, 진짜 귀신 들렸지. ‘안녕, 프란체스카’에서도 귀신 역할이었는데….”
그는 또 “(김수미가) 책을 8권 낸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최근 책이 하나 나와 홍보를 하려고 (개그콘서트 방청을 왔다)…”라며 “뭐 여기까지 오셨어, 굿을 한번 하시지”라고 말했다.
김수미는 지난달 23일 MBC ‘기분 좋은 날’에 출연해 9년 전 차 사고로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빙의를 경험했으며 당시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한 사람의 아픈 기억을 웃음거리로 만들다니 어처구니없다”(박진숙), “누군가를 흠집 내고 깎아내려서 웃음을 줬다고 생각하나. 진정한 유머는 모두가 유쾌해야 한다”(안문영), “리허설이나 아이디어 회의할 때 아니다 싶은 내용은 빼야 하는 것 아닌가”(최세환) 등 100여 건의 비판 의견이 올라왔다.
KBS2 ‘연예가중계’(4일 방송)도 부적절한 말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진행자인 한석준 아나운서가 개그맨 박명수의 입원 소식을 전하며 “다른 사람이 아프다면 걱정이 되는데 이 분은 입원했다고 하니 웃기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