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성을 자극하는 어수룩한 일곱 아저씨들의 '판타지 리얼리티'
MC이자 DJ로 활약 중인 박명수는 2000년 '바다의 왕자'란 곡을 히트시킨 '가수 겸업' 개그맨이다. 그러나 그의 최대 히트곡마저도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띄울 때 잠시 애용되는 B급 노래일 뿐 발표 당시 가요차트에서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런 박명수가 여름시장을 노린 대형가수들의 격전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른바 '무한도전 현상'은 1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가 끝난 직후인 7월 둘째 주 본격화 됐다. 박명수와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가 팀을 이뤄 부른 명카드라이브의 '냉면'이 2NE1과 소녀시대의 신곡까지 제치고 온라인음원사이트 '벅스뮤직' 실시간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한 것. 음원사이트 '도시락' '멜론' 등에선 한때 실시간 음원 차트 10위 권 내에 무한도전 브랜드 노래가 7곡이나 포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 무한도전의 가요시장 공습
이 뿐만이 아니다. MBC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MBC티숍'에서 주문받은 앨범 수는 3만장에 달한다. 한 음반 기획자는 "원더걸스의 '텔미' 음반이 4만8000장 팔렸는데 무한도전 음반이 3만장 팔렸다는 건 사실 믿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이 같은 가요계의 무한도전 현상은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무한도전은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 밖에도 무한도전은 2007년 달력판매를 시작으로 음원 및 캐릭터 판매를 통해 수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가요제의 앨범 판매 수익까지 합치면 최근 3년간 무한도전의 매출은 32억 5000만원에 이른다. 무한도전은 달력과 캐릭터 상품, 각종 앨범 판매로 벌어들인 순수익을 기부 활동을 통해 사회 환원을 하는 모범도 보이고 있다.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버라이어티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주말 버라이어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품은 KBS의 '1박2일'과 MBC의 무한도전이다. 두 프로그램은 KBS와 MBC라는 대결 축 이외도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최고의 MC의 대결로도 흥미진진한 대립구도를 형성해 왔다.
게다가 최근 1박2일은 '리얼'을, 무한도전은 '판타지'를 강조하면서 대립선이 분명해졌다. 흥미롭게도 각종 시청률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부모님 세대는 1박2일, 20, 30대 젊은층은 무한도전을 선호해 지지층도 선명하게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한도전은 젊은층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시청률에서는 1박2일에 뒤지지만 문화적 파급력에 있어서는 경쟁자를 압도한다는 평가이다. 이번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가 대표적 사례이다. 온라인을 통해 음반을 구매하는 세대는 젊은층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젊은층에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 매주 새로운 기획으로 승부
"매주 정형화된 포맷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식상한거 싫어하고, 변화를 좋아하는 요즘 정서에 맞다."(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
무한도전은 그간 국내 리얼 버라이어티의 효시로 불려왔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말 그대로 출연자들에게 미션을 주고 즉흥성과 돌발성 자체에서 재미를 뽑아내는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