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국가대표’ 주연 하정우 “관객 가까이 또 한번 점프합니다”

  • 입력 2009년 8월 1일 07시 38분


고국서 태극마크 단 입양청년 역… 영어대사·스키점프 장애물 훌쩍… 작년‘추격자’ 대박재현 위해 도약

‘관계자 배우?’

하정우는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이 낯선 표현은 사실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탁 치며 그의 재치에 박장대소할 것 같다. 팬들에 앞서 영화 제작자, 감독부터 평론가들 영화 ‘관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 그게 하정우의 현주소다.

지난달 29일 개봉된 영화 ‘국가대표’(감독 김용화)는 그런 의미에서 그가 “관계자 배우를 넘어 대중의 배우로 ‘점프’하기 위한” 기회로 삼은 작품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그의 흥행 성적이 평범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2008년만 해도 영화 ‘추격자’가 있지 않았던가.

하정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얼마 전엔 택시 기사가 알아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진실일까, 거짓일까.

“움직임이 불편해지기에 아직은 이른 듯 하다”는 말로 하정우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겸손을 표시했다.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청년. 이름은 ‘밥’이고 성은 ‘차’다.

인물의 성장 배경으로 미뤄 하정우는 한국어와 영어 대사를 절반씩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2007년 한미합작영화인 ‘두 번째 사랑’(Never, Forever)에서 할리우드 배우 베라 파미가와 영어 대사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스키 점프도 영어 대사 이상으로 하정우가 극복해야했던 숙제. “20년째 스키를 즐겨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 다쳤다”며 그는 “그럼에도 촬영이 곧 체력 단련이나 마찬가지였던 점은 큰 즐거움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는 중견 배우 김용건의 아들이다. 대를 이어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만큼 득실이 분명 있을 듯 했다. 하정우는 부담감보다는 얻는 게 더 많다고 했다.

“아버지가 환갑하고도 2년이 더 지난 요즘에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것을 보면 때론 저도 ‘저렇게 돼야 겠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걸어갔던 길 자체가 제게는 많은 의지가 되는 것이죠.”

어느 위치에 오르면 작품 활동이 조금씩 뜸해지는 적지 않은 톱스타들과 달리 하정우는 ‘다작 배우’로도 유명하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가 무려 17편. 그는 요즘에는 배우 수애와 함께 코믹멜로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찍고 있다.

지금까지 관객에게 선보였던 이미지로 보아 하정우와 ‘코믹’은 다소 생경한 조합. 그러나 그는 손사래를 치며 “저 알고 보면 웃긴 놈”이라고 되받아쳤다.

“제가 유머에 얼마나 집착하는 줄 몰라서 하는 말씀. 다만 지금까지 제 ‘개그 본능’을 아끼고 있었던 것뿐이라고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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