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 “가수보다 연기 못한다는 말에 독기 품었죠”

  • 입력 2009년 8월 3일 15시 21분


김범.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범.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6년 데뷔한 김범(20·사진)은 신예배우로는 보기 드물게 드라마 영화 8편에서 연기경력을 쌓았다.

2006년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로 데뷔한 뒤 이듬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얼굴을 알렸다. 2008년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의 아역으로 출연했고 올해 초 '꽃보다 남자'에서 F4의 멤버로 인기를 얻었다. 꽃보다 남자가 종영한지 이제 겨우 4개월, 그는 지난달 시작한 SBS 드라마 '드림'에서 소매치기 전과범 출신으로 최고의 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이장석 역할로 돌아왔다. F4의 꽃미남 이미지와 180도 다른 거칠고 승부사 기질이 강한 캐릭터다.

'잘 생긴 얼굴에 연기력이 묻힌다' '운이 좋아 쉽게 스타가 됐다'는 말이 듣기 싫어 항상 '더 노력해야 해'라고 본인의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드림 촬영에 앞서 그를 만났다.

-시청자에게 아직 전작 '꽃보다 남자'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새 드라마에 출연했다. 너무 빨리 복귀한 것 아닌가.

"전작의 이미지를 빨리 깨려는 생각은 없었다. 드림의 이장석 역할이 매력적이라서 택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꼴통' 성격이면서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내면에 아픔이 있는 캐릭터다. 꽃보다 남자 F4는 내게 '양날의 검' 같은 역할이었다. F4를 연기한 것은 행운이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연기자이다보니 한 모습에 안주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번 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성인 연기에 도전한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예전에는 아역연기에서 벗어나 빨리 성인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성인연기, 아역연기 구분이 뚜렷하지 않더라.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될 것 같다."

드림은 손담비, 주진모 등 스타급 캐스팅과 '격투기'라는 새로운 소재로 방영 전부터 화제였다. 하지만 동시간대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기에 밀려 시청률은 5%대로 저조하다. 그는 "시청률이 낮으면 촬영장 분위기가 가라앉는데 드림은 촬영장 분위기가 좋다. 시청률이 낮은 건 안타깝지만 재밌게 찍고 있다"고 말했다.

-잘생긴 외모 때문에 어려서부터 꿈이 '배우'였을 것 같다.

"원래 꿈은 축구선수였다. 중학생 때 우연히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구경 갔다가 서로 축하해주는 배우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첫 연기 선생님이 '넌 끼랑 재능이 없다. 다른 길을 알아보라'라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난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 선생님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포기를 하더라도 '진검승부'를 한 뒤 그만두고 싶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은 무엇인가.

"'자식 가진 부모'의 입장처럼 내가 맡은 캐릭터는 다 사랑한다. 하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된 역할은 에덴의 동쪽 이동철이다. 당시 감독님 제의를 받고 이동철 캐릭터가 너무 강해 난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본 연습도 못 했다. 감독님이 '캐스팅 염두에 둔 사람이 가수를 포함해 여럿 있는데, 넌 지금 가수보다도 연기를 못 한다'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자극을 받아서 시골의 한 물품창고에 들어가 촛불만 켜놓고 연습했다. 이동철은 내게 도전이고 과제였다."

그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드라마 이야기를 꺼냈다.

"드림에서는 이장석이 챔피언이 되기 위해 뒤에서 힘쓰는 트레이너, 스포츠 에이전시, 체육관 관장님이 있다. 이장석의 드림(꿈)이 이뤄져야 이들의 드림도 이뤄진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나를 '일반인' 김범에서 '배우' 김범으로 만들어 준 것은 매니저, 코디, 여러 스텝들이다. 이들은 본인은 환호도 못 받는데 이 힘든 일을 하며 내가 정상에 오르길 응원하고 있다. 내가 훌륭한 배우라는 드림을 이뤄서 이들의 드림도 이뤄주고 싶다."

"이미 유명한 스타가 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그는 "난 아직 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 더 노력해야 한다"며 드라마 촬영을 하러 일어섰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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