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고향의 기억을 더듬으며 찍은 영화인데 미국인들이 따뜻한 공감을 나타내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27일 70여 개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 ‘나무 없는 산(Treeless mountain)’은 재미 영화감독 김소영 씨(41·사진)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4월 22일 뉴욕 필름포럼 영화제에서 첫 유료 시사회를 가진 뒤 현재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여러 도시의 15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아버지를 찾아 떠난 어머니가 어린 두 자매 진과 빈을 시골 고모에게 맡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돼지저금통에 돈이 가득 차면 엄마가 돌아온다는 말에 두 자매는 튀긴 메뚜기를 팔거나 100원짜리를 10원으로 바꿔 저금통을 채운다. 자신의 말처럼 김 감독의 애틋한 어릴 적 경험이 녹아 있다.
“한국에서 촬영돼 한국 배우, 한국어로 만든 영화지만 부모를 그리는 두 자매 이야기라면 미국 관객도 공감할 만하죠.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자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이 많아져 더 그런 거 같아요.”
김 감독은 경북 포항시 흥해에서 살다 열두 살 때 엄마 오빠 여동생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떠났다. 시카고 예술대를 졸업한 뒤 비디오아티스트로 영상에 입문했지만 영화감독인 남편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의 아이슬란드 촬영 일정에 동행하며 진로를 바꿨다.
어린 시절 이민과 함께 겪은 혼란과 방황은 장편 데뷔작인 ‘방황의 날들’(2006년)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혼한 어머니와 단둘이 미국에 사는 한국계 소녀 에이미의 성장담을 그린 이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과 선댄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나무 없는 산’도 선댄스영화제 작가 감독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그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자꾸 감정을 넣게 돼 힘들다”면서도 “영화를 통해 나 자신을 정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편의 영화에 자신을 털어놓은 그는 요즘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빠의 로드무비를 찍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