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 프랑스인 주연 황찬빈
그는 극중에서 배를 타고 일본의 도자기 장인을 만나러 가다가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해 제주 해녀와 눈이 맞는다. 그는 2007년 KBS2 ‘미녀들의 수다’의 추석특집 ‘미남들의 수다’에 출연해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 방송으로 팬 카페가 생겼고 ‘탐나는도다’ 방송 2회 만에 카페 회원은 1000명을 넘었다.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것은 다섯 살 때 아버지와 재혼한 한국인 어머니 덕분이다. 프랑스어를 못했던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14세 때인 1999년 아버지의 직장 문제 때문에 한국으로 이사했고 국내 외국인학교에 등록했다. 그러다가 이사 문제로 잠시 외국인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자 그는 “이참에 한국 학교를 다녀보고 싶다”고 부모를 설득해 경남 창원사파고등학교에 3개월간 다녔다. 한국 이름 ‘황찬빈(黃燦彬)’도 이때 교복 이름표에 새기기 위해 외할머니가 지어 주셨다. ‘황’ 씨는 어머니 성을 따랐고 빛날 ‘찬’은 돌림자. 그의 프랑스 이름은 피에르 데포르트였다.
“한국 학교에서 지각했다고 학생들이 교문 앞에서 벌 서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교복 입는 것도 어색했죠. 등교 첫날 반 친구들이 숙제를 안 해 와서 선생님이 손바닥을 때렸어요. 전 첫날이니까 숙제를 못 한 게 당연한데, 얼떨결에 저도 한 대 맞았죠.”
그는 “말로만 듣던 체벌을 직접 경험하니까 오히려 ‘내가 정말 한국 학교에 다니는구나’란 생각이 들어 뿌듯했어요. 그날 집에 가서 엄마한테 맞았다고 자랑했죠”라며 웃었다.
부모님 뜻에 따라 2005년 프랑스 프랑슈콩테 대학에 진학했지만 그는 프랑스 생활이 너무 외로웠다고 말했다.
당시 프랑스 영화관에는 ‘올드보이’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 영화들이 상영됐다. 그는 “우리나라 영화들이 할리우드 영화와 나란히 프랑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모습은 ‘닭살 돋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표현했다.
부모는 한국을 그리워하던 그에게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진급시험을 한번에 통과하면 비행기표를 사주겠다”고 말했다. 그가 다니던 법학부는 진급시험 통과율이 20%에 불과했다. 그는 이를 한번에 통과해 2007년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현 소속사에 길거리 캐스팅된 것도 이때다. 그는 이후 프랑스에 돌아가 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 여름 다시 한국에 왔다.
그는 곱창, 꼬리곰탕, 인삼 등 못 먹는 한국 음식이 거의 없다. 기자가 “곱창은 징그러워서 잘 못 먹겠더라”고 말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왜 징그러워요? 어느 곱창집에서 먹었어요? 내가 잘 가는 ××곱창집 한번 가봐요”라고 말했다.
드라마 ‘탐나는도다’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는 ‘수중신’을 꼽았다. “제주도랑 서울의 한 수영장에서 이틀 동안 하루 12시간씩 찍었어요. 물안경 없이 눈 뜨고 있는 것도 힘들었고, 물속에서 카메라 위치를 잘못 파악해 다시 찍은 적도 많아요. 나중에는 피부가 두부처럼 말랑말랑해져 빨대로 긁어도 벗겨질 정도가 됐죠.”
그에게 “서양인으로 한국에서 연기를 하면 맡을 수 있는 배역이 제한되지 않느냐. 프랑스에서의 배우 생활은 생각해보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키가 180cm인 그는 프랑스에서 길을 걷다가 모델 캐스팅 제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현대극은 인간, 사회의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사회에는 백인, 흑인이 많은데 방송에는 안 나옵니다. 제 주위에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백인이 많아요. 방송은 우리 사회를 잘 보여줘야 해요. 제 목표 중 하나가 이를 보여주는 데 앞장서는 겁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