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지 기자들이 말하는 드라마 ‘스타일’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100만 원이 넘는 명품 구두를 망설임 없이 산다. 후배가 같은 신발을 신은 것을 보자 그 자리에서 벗어던지고 맨발로 도도하게 걸어간다. 어깨선이 드러나는 의상을 즐겨 입는다. “넌 이미 하자야” 등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한 SBS 주말드라마 ‘스타일’에서 패션지 ‘스타일’의 박기자(김혜수) 차장의 모습이다. 그가 편집장으로 승진한 16일 ‘스타일’은 19.6%의 시청률을 올렸다.

‘스타일’에서는 박 차장의 패션과 카리스마, 기사 경쟁, 취재원과 기자들의 애정 등 다양한 요소가 재미를 높인다. 패션지 기자들의 생활은 어떤지 ‘보그코리아’의 신광호 패션디렉터(남)와 ‘W코리아’의 최유경 패션디렉터(여)에게서 들었다.

―드라마에서 박기자의 명품 패션이 시선을 끈다. 평소 패션지 기자들의 의상은….

▽최=“패션지 기자들이 모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잡지사의 소품실 같은 옷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명품을 입기는 하지만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고 샤넬 향수를 뿌리고 이브생 로랑 옷을 입는 등 명품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도배한 기자는 없다. 그럴 정도로 연봉이 높지도 않다. 멋진 화보를 찍으려면 암벽도 올라가야 하는데 극중 김혜수 씨처럼 입고 다니면 너무 불편할 것 같다.(웃음)”

―극중 박기자는 회의 때 후배들의 기사를 가차없이 찢어버리는가 하면 독설도 퍼붓는다.

▽신=“내가 기자 생활을 시작한 10년 전에나 가능했을 일이다. 외근이 잦아 한 달에 한 번 기획회의 때 팀원 전체가 모인다. 그만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된다.”

―드라마에 ‘엣지(edge) 있게∼’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패션업계에서 자주 쓰는 말인가.

▽최=“‘엣지 있다’는 평범한 듯하면서도 비범하고 감(感)이 좋다는 뜻이다. 잡지사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W코리아는 이 단어를 잘 안 쓴다. 서로 대화할 때도 세련되고 멋있다는 의미로 ‘시크(chic)하다’는 표현을 종종 쓰지만 ‘엣지 있다’는 잘 안 쓴다.”

―기사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묘사되는데….

▽신=“지금 핫이슈가 된 연예인이나 해외 모델 단독 인터뷰는 굉장히 중요하다. 지면을 많이 주거나, 표지를 제안하거나, 해외 촬영을 떠나는 등 다양한 조건을 내건다. 해외 사진작가가 사진 찍는 것을 조건으로 섭외하기도 한다.”

―16일 방영한 ‘스타일’ 6회에는 잡지 200호 발간 파티가 클럽에서 열렸고 연예인과 참가자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파티장에 들어왔다. 실제 패션지의 파티 모습은 어떤가.

▽최=“패션지는 창간 파티, 자선 파티 등 여러 파티를 연다. 정재계 인사, 해외 브랜드 지사장, 연예인 등을 초청하며 파티 장소로는 클럽이나 호텔을 많이 쓴다. 드라마처럼 실제 레드카펫이 깔리고 사진 찍을 수 있는 포토라인을 설치하지만 드라마 속 파티가 실제보다 화려하게 묘사된 것 같다. 자선 파티에서 기금을 모으기 위해 파티장에서 미술품 경매를 하기도 한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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