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서 생각 또 생각…”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4분


“몇시간씩 잠 못 이룬적도 많아요”
‘동어반복 개그’의 유상무

개그맨 유상무(29·사진)의 말은 속사포와 같았다.

“유상무 상무가 일본에 있을 때 유상무 상무 상이라고 했지. 그때 작은 상가를 운영했다면서. 무슨 상가지? 무상수리 무상보상 상가에서 무상수리를 했다고 했던가….”

최근 유행하는 동어반복 개그인 ‘유상무 놀이’를 부탁했다가 기자는 곤욕을 치렀다. 따라하는 것은 고사하고 절반도 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 천천히 말해달라고 해서야 간신히 받아 적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말을 빨리 하는 재주를 왜 방송에서는 선보이지 않냐”고 묻자 답은 간단했다. “개그에서는 욕심 부리면 안 돼요. 제가 안 해도 코너가 재미있는걸요.(웃음)”

‘유상무 놀이’로 인기를 끈 개그콘서트(개콘)의 코너 ‘씁쓸한 인생’은 최근 6명의 출연진 중 한사람이 도박 혐의를 받아 16일 방송을 하지 않았고, 23일 분은 대체 개그맨을 투입해 녹화를 했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으로 인해 개콘이 결방됐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다 잠시 주춤한 그는 24일 “이제부터 다시 재미있는 모습 보여드려야죠”라며 말했다.

유상무는 개콘에서 ‘할매가 뿔났다’와 ‘성공시대’에도 출연하고 있다. 한 코너의 자리도 꿰차기 힘들다는 개콘에서 세 코너에 등장하고 있는 것. 특히 ‘할매가 뿔났다’에서는 대학(동아방송대 방송극작 99학번)과 KBS 공채 개그맨 19기 동기인 유세윤 장동민과 찰떡궁합을 뽐내고 있다.

“‘할매가 뿔났다’ 녹화할 때는 정말 즐겁고 편해요. 호흡이 척척 맞아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들어가거든요. 때문에 대본과 실제 방송 내용이 많이 달라요.”

개콘은 1주일 1번 방송하지만 유상무는 1주일 내내 개콘만 생각한다. 틈틈이 아이디어를 짜고 코너로 구성해본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해요. 몇 시간씩 잠을 못 이룰 때도 많죠.” 그는 신인 때는 1주일에 13개의 코너를 짠 적도 있단다. 요즘도 주당 5, 6개씩 아이디어를 낸다. 시청자들이 한번 피식하고 웃어넘기는 코너를 만들기 위해 그는 항상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돌려치기’라는 새 코너를 고민하고 있단다. “예를 들어 싫어하는 직장 상사가 술을 계속 권할 때 어떻게 거부할까요. 이럴 때 ‘이 술은 너나 먹어’라고 돌려치는 거죠.” 그는 새 코너를 설명하며 신바람이 났지만, 기자는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러자 그는 “아직 기획 단계”라며 씩 웃었다.

요즘에는 개그로 인기를 얻은 이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붙박이로 출연하는 경우가 잦다. 그도 예능 욕심이 있을까. “예능이 대세라는 것은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저는 우선 개콘이 먼저예요. 무대를 마치고 내려올 때 제 등 뒤에서 터지는 관객들의 환호가 무엇보다 짜릿하거든요. 오래 회자될 멋진 코너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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