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이 시키는대로 했다.”
붙잡힌 용의자의 한 마디는 그동안 가슴을 졸이며 슬픔에 잠겼던 유족과 팬들을 더욱 허탈하고 안타깝게 만들었다.
고 최진실의 유골함 도난 사건의 용의자가 시민의 제보로 검거됐다. 25일 밤 11시10분께 대구 달서구 상인동 자택에서 붙잡힌 절도 용의자 박 모 씨(41)는 경찰 조사에서 “최진실이 꿈에 나타나 답답하니 납골묘에서 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최진실이 시키는 대로 양평 묘지로 가서 유골함을 꺼냈다”고도 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11월께 ‘신 내림’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내와 어린 두 아들과 함께 대구에서 방 두 칸짜리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박 씨는 작은 방에 신당을 차리고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이 방에 자신이 따로 마련한 용기에 고인의 유골을 담고 나무상자에 보관해왔다. 경찰은 박 씨가 훔친 뒤 깨트려 버린 유골함 조각을 인근 야산에서 수거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에 대해 “용의자는 꿈에 나타난 최진실 씨의 부탁으로 연고가 없는 양평까지 저절로 찾아갔다고 주장한다”며 “정신 병력은 없지만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묘역 주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공개된 박 씨의 범행 장면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진행돼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정황으로 경찰은 당초 범인이 분묘 관련 전문가일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지만 박 씨는 대구에서 싱크대 수리 설치업에 종사하는 40대 가장이었다.
박 씨의 자택 주변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박 씨가 집에서 향을 피우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해왔다”며 “집에 신당을 차렸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전하고 있다. 경찰 역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집안에서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사실상 단절된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때문에 가족들은 검거 당시까지 박 씨가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지 의심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이 알려진 15일 이후 CCTV화면을 공개하며 현상금 300만원 등 총 3300만원을 내걸고 용의자를 공개 수배했다.
24일 밤 시민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25일 오전 수사대를 대구로 보내 제보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탐문수사를 벌여 박 씨를 검거했다. 붙잡힐 당시 박 씨는 범행일체를 순순히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씨 소유 차량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진·출입 기록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추적한 결과 8월1일부터 2일까지는 사전답사를 위해, 4일과 5일에는 범행을 위해 양평을 다녀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가 묘지를 사전 답사해 범행에 필요한 대리석판을 주문 제작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묘지를 다시 찾아 물걸레로 닦는 등 대담하고 치밀했던 점에 비추어 공범관계 등 여죄를 수사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박 씨에게 특수절도죄와 사체 등의 영득죄 혐의를 적용,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양평(경기) |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화보]故 최진실 유골함 절도 당시 범행도구 공개
[화보]‘CCTV 포착’ 최진실 유골함 용의자 대구서 검거
[관련기사]최진실 유족, 갑산공원 찾아 유골함 교체
[관련기사]故 최진실 유골함 범인 검거, 유골 진위는 미확인
[관련기사]故최진실 유골 절도용의자, 공개수배 하루만에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