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과 힙합 뮤지션.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한자리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한다.
KBS1 ‘낭독의 발견’(사진)은 9일 오후 11시 반 ‘청춘, 그 흔들리는 삶을 껴안다’를 주제로 소리꾼 이자람 씨(30)와 힙합 가수 타이거 JK(35)를 초대한다.
이 씨는 ‘예솔이’란 어린 시절 별명으로 친숙하다. 다섯 살 때인 1984년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라는 가사로 익숙한 동요 ‘내 이름 예솔이’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국립국악고와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심청가와 춘향가 완창, 판소리 뮤지컬 등을 펼치며 촉망받는 국악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먼저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을 직접 각색한 ‘사천가’의 한 대목을 들려준다. 주인공 창녀 ‘셴테’는 한국의 뚱녀 ‘순덕’으로, 비행사 ‘양순’은 소믈리에 ‘견식’으로 무대와 인물을 옮겼다. “판소리에 우리 시대의 모습과 고민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그는 판소리 중흥을 위해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레히트의 시 ‘어떤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을 소개하면서 20대 한때 자아를 찾기 위해 힘들어한 경험도 고백한다.
이어 그의 앞에 타이거 JK가 ‘트루 로맨스’를 부르며 등장한다. 이 씨가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힙합이라는) 한길을 올곧게 가는 힘이 어디서 나오나”라고 묻자, 타이거 JK는 “그저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었다”며 웃는다. 두 젊은 음악가는 대화를 나누면서 다르지만 닮은 서로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 씨가 천상병의 산문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중 한 대목을 읽자 타이거 JK는 “나의 청춘은 열등감과 자신감으로 포장된 저항들이었다”고 화답한다. 그는 “예전에는 가사로 거창한 얘기를 쓰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주 조그만, 내 주변의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타이거 JK는 노래 ‘슈퍼파인’의 가사를 이자람의 ‘사천가’ 연주 팀의 타악기 리듬에 맞춰 낭독하고, 이 씨는 기타 반주에 맞춰 기형도의 시 ‘빈집’에 곡을 입힌 노래를 선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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