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없어요, 하지만 차츰 나아지겠죠….”
영화에서 보여준 만큼은 아니지만 모두가 기억하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와 비교했을 때 그는 확실히 수척해 보였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인 1년 전보다 10kg은 빠진 모습이었다. 그나마 “10kg을 찌운 것”이라고, 배우 김명민은 ‘힘없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띠웠다.
그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에서 불치병으로 알려진 루게릭 병에 걸린 종우를 연기했다.
평소 몸무게 72kg에서 촬영을 하는 3개월 동안 20kg 넘게 체중을 줄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하루가 다르게 살을 빼야 했고, 그것은 실제 죽음을 넘나드는 이른바 ‘사점 체험’”이었다.
대중은 김명민을 가리켜 몰입 연기인 ‘메소드 연기’의 달인이라 부른다. 그는 연기를 전공한 학창 시절부터 배우는 그렇게 해야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단어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깊게 빠져든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사랑이 그렇고, 일 또한 어쩌면 그렇다. 김명민은 매 작품 맡은 역에 소름끼칠 정도로 빠져드는 것을 두고 “살을 찢어내는 고통의 순간”이라고 했다.
여전히 깊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헤어지는 느낌이다. 김명민은 ‘하얀 거탑’의 장준혁이든,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든 또 ‘내 사랑 내 곁에’의 종우든 “너무 사랑하게 된 사람을 더 이상 못 만나게 된 슬픔”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힘이 든다고 했다.
그는 언제나 치열했다. 돌이켜보면 김명민의 행보는 비슷한 반열의 스타들과 견주어 꾸준하고, 일정한 리듬마저 느껴졌다. 김명민은 새로운 작품을 하는 매 순간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회가 언제나, 항상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때문에 그에겐 그 기회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절박함과 각별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그러한 감정은 온전한 ‘노력’으로 실현된다. 이를 두고 김명민은 나름의 ‘배우론’을 피력했다. “타고난 재능이 전혀 없으면 안 되겠지만 그 비중은 50%% 이상을 넘지 못할 뿐, 나머지는 피나는 노력에 의해 채워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타고난 사람은 정말 많지요. 그러나 절반은 노력으로 채워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점점 줄면 도태될 수 밖에 없겠지요.”
분명 마지막은 아닐 테지만 스스로 마지막이라 여겼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이제 명배우의 반열에 오른 김명민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김명민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무언가 목표를 얻어내기 위한 처절한 작업”이란 마음가짐으로 일군 성과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김명민 특유의 캐릭터 연기에 멜로를 더한 작품. 그는 일상의 삶에서는 사랑도 ‘노력’이라고 했다.
“운명적인 만남은 있지만 운명적인 사랑은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 또한 결국 온전한 노력의 결과인 것이죠. 서로가 발을 깊이 담그고 노력할 때 진정한 ‘내 사랑’이 되는 게 아닐까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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