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축구하듯 편안히 즐길음악 담았죠”
“저의 좌우명은 ‘재미있게 살고 의미있게 죽자’ 에요.”
스타 PD에서 대학 교수, 방송 경영인까지 그의 이름 앞에 여러 개의 수식어가 붙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뮤지션이다.
주철환(54) 전 OBS경인TV 사장이 작곡가이자 가수로 변신했다. 자신의 좌우명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무엇보다 “환갑 전에 꿈을 이루고 싶은 욕심”에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10곡을 담은 음반 ‘노래는 불러야 노래’를 발표한다.
22일 오후 서울 혜화동 설치소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음반 쇼케이스에서 만난 주철환 전 사장은 “제게 0.1%의 재능이 있다면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다”며 “음반은 제 인생의 전환점과 같다”고 말했다. 그가 작곡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일기장에다 생각나는 대로 음을 적는 식으로 작곡을 했다. 때문에 아직도 악기 연주나 악보를 그릴 줄 모른다. 그래도 “문맹도 시를 쓸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두려움 없이 작곡할 수 있도록 도왔다.
“78년 동북중학교 국어교사로 시작해 79년부터는 2년 동안 동북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어요. 당시 20대 중반이었는데 그 때 만들었던 노래들을 음반에 수록했습니다.”
주철환 전 사장이 음반 출시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먼저 올해 7월 말 세상을 뜬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5살 때 생모를 여의고 고모의 손에 큰 그는 50년 동안 고모를 ‘엄마’로 부르며 살았다. 또 다른 이유는 인디 밴드 열풍을 일으킨 장기하와 얼굴들을 보며 그들의 패기에 용기를 얻었다.
“비나 동방신기, 2PM에 도전하려고 음반을 낸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조기축구를 즐기듯이 동네(분야)에서도 편하게 즐길만한 음악도 중요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편안한 포크송들로 채워진 음반의 타이틀곡은 ‘다 지나가네’. 기쁨, 슬픔도 모두 한 때 지나간다는 잔잔한 가사이지만 멜로디는 경쾌하다. 이외에 군복무 중인 아들과 함께 부른 ‘청춘예찬’, 이육사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광야’ 등이 담겼다. 또 MBC PD로 일하던 시절 연출하며 직접 작사·작곡한 ‘퀴즈아카데미’와 ‘모여라 꿈동산’ 주제가도 함께 수록했다. 주철환 전 사장은 음반 출시를 기념해 26일 오후 8시 이화여대 ECC에서 무료 콘서트를 갖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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