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자 본지 엔터테인먼트 에디션 1면에 ‘아! 장진영… 남몰래 입양아기들 돌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나름대로 어렵게 취재한 내용이었습니다. ‘팩트’(사실) 그 자체에 대한 확인보다 ‘이미 세상과 이별한 고인에게 괜한 결례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 라는 조심스러움 때문이었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장진영이 2007년 말부터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일시보호소를 수시로 찾아 아이들을 돌봐왔다. 일시보호소는 아이들이 입양되기 전까지 보호를 받으며 지내는 곳으로 장진영은 시간이 나는 대로 이 곳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었다’는 것이지요.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주면서 “고인이 이 곳에서 아이들을 돌볼 때면 하루 3∼4시간을 쏟아 봉사를 했다”고 했습니다. 특히 “고인의 품에 안겨 유난히 잠을 잘 드는 아기가 있었”고 “장진영은 그 아이의 모습을 보고 행복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장진영은 생전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고 결국 세상을 떠난 뒤에야 본지 보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마땅히 그렇게 생각해야 할 일을, 그렇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장진영의 ‘품에 안겨 유난히 잠을 잘 드는 아기’가 입양됐다는 사실에 ‘생전 고인이 많이 서운해 했겠다’고 말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기자:고인이 많이 슬퍼했겠어요.
관계자:왜요? 좋아하셨죠.
기자:예?
관계자:그것 보세요. 그게 관점의 차이입니다.
기자:…….
무슨 얘긴지 아시겠습니까? 이 관계자는 가난한 사연을 지닌 아기들에게 새로운 가정이 나타났으니 축복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애끊는 슬픔의 이별을 한 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새로운 부모와 연을 맺어주려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관점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건, 노력 여하에 달렸음을 관계자는 기자에게 알려주었던 것이지요.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렸고 바쁜 마감시간이 지난 뒤에도 화끈거림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고 장진영이 세상에 남긴 건 이토록 많은가 봅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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