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서 ‘감’ 익힌 윤아 -이승기, 연기력 호평
화제속 데뷔 손담비-정윤호, 시청률 기대에 못미쳐
아이돌의 드라마행(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소속사와 방송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소속사는 아이돌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연기자로 데뷔시키고, 방송국은 드라마 홍보를 위해 그들을 비중 있는 배역에 배치한다. 몇 년간 공채 탤런트 제도가 줄면서 마땅한 신인 배우를 찾기가 힘들어진 것도 아이돌의 드라마 출연이 잦은 이유다.
○ 천천히 몸에 맞는 옷 입어야
젊은 가수의 드라마 도전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에 비해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성패는 본인의 연기력과 극중 캐릭터에 따라 갈린다. 올해 드라마에 출연한 아이돌 가운데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는 이승기(‘찬란한 유산’)와 ‘소녀시대’의 윤아(‘너는 내 운명’ ‘신데렐라 맨’)다. 이들은 한 편의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해 연기와 드라마 촬영장에 대한 감(感)을 익힌 뒤 차기작에서 주연으로 데뷔했고, 본인의 이미지에 맞는 역할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KBS ‘너는 내 운명’을 연출한 김명욱 PD는 “연기를 많이 해도 연기력이 안 느는 배우가 있고 금방 느는 배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윤아는 ‘느낄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가 연기에 도전할 때는 본인에게 맞는 캐릭터를 맡아야 하는데, ‘너는 내 운명’에서 자기 인생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새벽이의 모습은 실제 윤아의 캐릭터와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잘 자란 부잣집 아들 이미지가 있던 이승기는 SBS ‘찬란한 유산’에서 중소기업 회장인 할머니의 손자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진혁 PD는 “이승기는 출연했던 두 편의 드라마가 모두 어른들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여서 현장에서 연기 지도를 많이 받은 점이 연기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섣부른 주연, 연기력 논란 일어
가수의 인기에 힘입어 첫 드라마부터 주연을 맡는 경우, 초반에는 화제를 모으다가도 연기력이 시청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외면당하기 쉽다. 첫 드라마인 SBS ‘드림’에서 주연을 맡은 손담비는 연기할 때 가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고, 감정 이입이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MBC ‘맨땅에 헤딩’에 주연으로 나오는 ‘동방신기’의 정윤호도 미숙한 대사 전달능력이 문제로 지적된다.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3∼5%대.
연기자로 변신하겠다는 욕심이 앞서 가수 시절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역할을 맡아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 2005년 SBS 드라마 ‘세잎클로버’에서 가난한 여공으로 나온 이효리는 화려한 톱스타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배역을 맡아 실패한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SBS 김영섭 CP는 “가수 출신 배우들은 모두 초반에 팬들의 질타를 받는 어려운 시점이 있다. 가수 출신으로 성공한 이들은 결과적으로 연기력이 좋아지고,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연기를 해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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