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귄 남친을 남자에게 뺏기다니… 동성애 영화 ‘헬로우 마이 러브’

  • 입력 2009년 9월 29일 02시 58분


10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면? 남자친구의 동성애에 대처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경쾌한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 ‘헬로우 마이 러브’. 사진 제공 래핑보아
10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면? 남자친구의 동성애에 대처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경쾌한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 ‘헬로우 마이 러브’. 사진 제공 래핑보아
연애 상담코너 ‘언니 못 믿니’를 진행하는 라디오 DJ 호정(조안)에겐 10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 원재(민석)가 있다. 초등학교 때 만나 군 생활과 유학 생활까지 뒷바라지했으니 그와 결혼하는 건 단지 시간문제…였을까. 요리유학을 떠났던 원재는 프랑스에서 만난 소믈리에 동화(류상욱)와 함께 귀국하고, 둘은 ‘은밀한’ 현장을 호정에게 들켜버린다.

진부한 삼각관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 ‘헬로우 마이 러브’(10월 8일 개봉)가 다른 것은 남자친구가 사랑에 빠진 대상이 남자라는 점이다. ‘내 남자의 남자친구를 조심하세요’라는 도발적인 카피답게 밝고 쾌활하다는 점에서 ‘로드무비’ ‘후회하지 않아’ 등 남자 동성애를 다룬 이전의 국내 영화들과 다르다.

영화는 남자 동성애 커플이 헤쳐 가야 할 현실의 무게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여자의 막막함을 가볍게 풀어냈다. 어떻게든 원재를 되찾기 위해 한 달간 ‘이별 유예 기간’을 정한다는 설정이나 ‘네가 아무리 잘나도 이 집 며느리는 못돼’라고 큰소리치는 호정과 동화의 경쟁구도도 흥미롭다. 더군다나 두 남자의 직업은 소믈리에와 요리사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와인 향과 근사한 요리들로 세련되게 버무렸다.

그러나 발랄한 분위기로 흐르던 영화는 ‘남남(男男)’ 사랑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들이 드러나며 휘청거린다. 현실에 부닥쳐 갈등하는 세 남녀의 모습이 계속되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

이 영화는 ‘그들만의 얘기’에 머물렀던 남자 동성애에 얽힌 이야기를 여자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게 특징이다. 가장 큰 소득은 온몸으로 막막한 상황에 대처하는 호정 역을 맡은 조안이다. 그의 호연 덕에 신인 배우 민석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대남보로 얼굴을 알린 류상욱의 연기도 빛났다. 저예산(3억7000만 원)으로 제작된 영화는 ‘시작하는 연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처음 소개됐다. 15세 이상.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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