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我田引水) 침소봉대(針小棒大)라는 게 이런 걸까. 8일 개봉하는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은 한 사람의 실종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 인물의 ‘생각대로 추리’를 담았다. 김 형사는 공금 횡령이나 원한에 의한 납치사건이길 바라면서 전봇대에 묻은 정체 불명의 물질을 승필의 피로 착각하고, 여자친구에게 5000만 원을 떼인 박 형사(김뢰하)는 승필이 실종되기 일주일 전 사망보험에 가입한 미선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첫 제보자를 비롯해 형사 기자 약혼녀 목격자 등은 같은 사건을 놓고 각각 자기 생각대로 몰아가기와 헛발질을 반복한다. 제대로 된 단서 없이 심증에 의존하는 경찰 수사나 기자들의 취재는 풍자의 소재가 되기보다 조롱거리가 됐다.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은 초반부터 승필의 실종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는 것. 해답을 처음부터 제시해놓고 도중에 중대한 반전이라도 있을 것처럼 유난을 떨지만 새로운 답이 나오진 않는다.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갇힌 정승필의 고군분투와 주변인들의 한심한 모습이 대비되며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아쉽게도 웃음의 유효 기간은 길지 않다. 영화는 맥 빠지는 구성을 장면이 바뀔 때마다 조연들의 웃음으로 메우려 한다. 환풍기에 가로막힌 승필이 떼로 몰려오는 쥐를 보고 ‘개××’라고 말하는 대목은 헛헛한 웃음만 남긴다. 처음에는 신선하던 조연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동어반복처럼 느껴진다. ‘코믹 수사극’을 표방했지만 수사극은 사라지고 코믹만 남은 셈이다. 3월 자살한 장자연 씨가 승필이 다니는 피트니스센터의 요가 강사로 단역 출연했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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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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