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보트피플 96명 구한 한국인 선장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11일 KBS스페셜, 전제용 선장-난민 24년 인연 소개

1985년 11월 14일. 인도양에서 조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명 87호’는 멀리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조그만 배 한척을 발견했다.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보트피플(바다를 통해 난민 길에 오른 베트남인들)이었다. 당시 전제용 선장(69)은 간부회의 끝에 배를 돌려 구조에 나섰다. 처음엔 10여 명으로 보였던 난민들은 모두 96명이나 됐다.

KBS 스페셜은 11일 오후 8시 ‘어떤 인연-전 선장과 96인의 난민들’ 편에서 베트남 난민 96명의 목숨을 구한 전 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전 씨는 4월 국회 인권상을 수상했고, 난민 구조에 힘쓴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유엔 난센상’의 올해 후보에도 올랐다.

구조는 했지만 전 씨는 앞길이 막막했다. 선원 24명을 포함해 전체 승선 인원이 120명에 달하게 된 것. 부산항에 도착하기까지 12일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식량이 모자랐을 뿐 아니라 쪽잠을 잘 공간마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난민들 가운데서는 임신부와 아이도 있었고 상당수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있었다.

한국에 도착한 난민들은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베트남 난민수용소에 수용됐다. 광명 87호 선원들은 안기부 등에서 관련 조사를 몇 달 동안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 씨는 KBS 스페셜에서 “그 상황이라면 누구든지 그렇게 했을 것이다. 나는 그저 구조했을 뿐”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구조된 96명의 대표로 미국에 정착한 피터 응우옌 씨(65)는 “전 선생이 그날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저녁에 죽었을지도 모른다”며 감사를 표했다.

전 씨의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았다. 응우옌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웨스트민스터 시에 살며 월요일마다 시에서 제공하는 점심 도시락을 지역 노인들에게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응우옌 씨는 자신을 구해준 전 씨처럼 남을 돕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응우옌 씨는 2004년 미국으로 전 씨를 초대해 19년 만에 해후했고, 전 씨는 2년 뒤 응우옌 씨를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초대했다. 방송은 24년 전 바다 한가운데서 시작돼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두 사람의 우정을 소개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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