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개운치 않은 김제동 씨의 하차

  • 입력 2009년 10월 14일 17시 05분


◆동아논평: 개운치 않은 김제동 씨의 하차

KBS 2TV가 오락프로그램 '스타 골든벨'의 MC인 개그맨 김제동 씨를 갑자기 교체한 것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KBS 측은 김 씨가 4년간이나 MC를 했기 때문에 가을 개편에 맞춰 프로그램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기 위해 교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의 출연료에 비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로그램 개편에 맞춰 진행자가 교체되는 일은 왕왕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김 씨의 교체가 유독 시끄러운 점은 그의 이념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김 씨는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때 서울시청 앞 노제와 지난주 노무현재단 출범 기념 콘서트에서 사회를 봤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와 네티즌이 김 씨의 교체가 정권 눈에 거슬리는 사람들을 방송에서 퇴출시키려는 정치탄압이라는 주장을 제기합니다.

이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KBS의 설명에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KBS는 오락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MC를 바꾸면서 녹화 사흘 전에야 당사자에게 통보했습니다. KBS에는 '스타 골든벨'보다 시청률이 더 높지도 않은데 더 오랜 기간 MC를 해온 사람도 많습니다. KBS가 경영난을 겪는 것은 맞습니다. 만일 회당 540만 원인 출연료가 문제였다면 당사자와 조정을 하는 게 순리였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은 역대 정권에서 반복되던 연예인 정치탄압을 연상시킵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 개그맨 심현섭 씨는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방송출연을 하지 못했습니다. MBC '100분토론'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교체도 외압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특정 정당 지지연설을 하거나 모금운동에 참여하는 일이 일반적입니다만 그런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배제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선진일류 국가를 지향한다는 현 정권에서 연예인의 교체에 정치적 탄압 논란이 따라온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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