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길 “대통령만 세번째… 이번이 제일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일 09시 52분


"어느새 대통령을 세 번째 연기하게 되네요. 모두 나쁜 대통령은 아니라 다행입니다.(웃음)"

중견 탤런트 이정길(65)이 지난 4년간 드라마에서 대통령 역과 3번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2005년 SBS TV '프라하의 연인'과 올해 1월 KBS 2TV '꽃보다 남자'에 이어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아이리스'에서 대통령을 연기하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시청률이 높아 방송가에서는 이정길과 대통령 역할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아이리스'의 청와대 세트장에서 만난 이정길은 "이번 대통령이 제일 연기하기 어려운 것 같다. 북한 문제, 핵 문제를 다루다 보니 대통령의 고뇌가 크다"며 웃었다.

그는 "앞선 두 작품에서는 대통령의 공적인 모습과 사적인 모습이 적당히 혼합돼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여지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사적인 감정은 배제한 채 집무실에서의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무게감이 더하다"고 말했다.

'아이리스'의 대통령은 국력 신장을 위해 핵무기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도 강하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해 사방에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어 외로운 처지인데, 주인공 현준(이병헌 분)에게는 그가 유일한 구원처이기도 하다.

그는 "대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한 현준이 살아남기 위해서 기댈 데는 대통령밖에 없지 않겠나 싶다. 하지만 쫓기는 신세인 그가 어떻게 대통령을 만나게 될지, 혹은 그가 대통령을 만나지 않고 다른 쪽으로 극이 흘러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프라하의 연인'에서 강경한 정책기조를 가진 대통령이자 딸(전도연 분)의 연애를 지켜보는 부드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꽃보다 남자'에서는 대통령 퇴임 후 의사로 활동하며 손자(김현중)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어찌 됐든 대통령을 연달아 맡으니 기분이야 좋죠. 옛날이면 왕이나 마찬가지인데. 비록 모두 정치 드라마가 아니라 대통령의 역할이 크지는 않지만, 다 그 나름의 상징성은 크다고 봅니다. '아이리스'에서는 나라를 걱정하는 근사하고 올바른 대통령입니다. 단 몇 신이라도 멋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극에서는 의친왕, 효종, 태종 등 왕 연기도 여러 번 했던 그에게 혹시 정치에 뜻은 없느냐고 물었다.

"단 1%로 없습니다. 연기자가 연기를 해야죠. 정치에 뜻이 있었으면 젊었을 때 했겠죠.(웃음)"

올해만도 '꽃보다 남자'와 '아이리스' 사이에 '아가씨를 부탁해'와 '파트너'를 찍는 등 60대 중반에도 쉼 없이 활동하는 그는 "이순재 형님이 나보다 10년 위인데 끄떡없이 하고 계신다"며 "짬짬이 운동을 하며 건강관리를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 다스림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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