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기사 쓰는 ‘팬덤’ 진화인가, 오버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4일 07시 00분


환희 포에버 첫 앨범 축하선물·홍보 CD 언론사에 배달권지용 서포터즈 시청 광장 전광판에 직접 만든 동영상 띄워비의 ‘비나무’ “차트 1위 기사화 해달라”수시로 전화공세

10월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 있는 스포츠동아 편집국으로 커다란 상자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가수 환희의 팬클럽 ‘환희 포에버’. 상자 안에는 환희의 첫 솔로 앨범 ‘H 솔’과 앨범소개자료, 머그컵, 위생 물티슈, 과자, 녹차, 커피 등을 함께 포장한 봉투 세 개가 들어 있었다. 환희가 플라이투더스카이에서 솔로가수로 첫 걸음을 떼는 것을 응원하기 위해 팬클럽이 언론사에 보낸 선물이다.

상자에는 아기자기한 각종 선물과 함께 “환희의 심장으로 빚은 첫 번째 솔로앨범을 기자님께 드립니다.(중략)우리의 작은 정성이 더 깊이, 좀더 살아있는 기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음악인의 미래를 격려해주고 응원해 주십사 부탁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기자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후략)”라고 쓴 팬클럽의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환희의 솔로 앨범이 발표되기 이틀 전인 10월 20일, 이미 서울지역 시내버스와 지하철에 앨범발매 광고를 게재하면서 ‘환희 솔로대박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환희포에버는 앨범이 발표되자마자 아예 직접 언론홍보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단순히 스타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애정표시를 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팬덤은 대언론 홍보활동에 적극적이다. 언론사에 간식이나 필기도구 등의 ‘물품’을 전달해 호감을 주는 소극적 홍보뿐만 아니라 비교적 잘 만들어진 보도자료를 보내거나 전화로 ‘기삿거리’를 제공해 기사화되도록 하는 공격적인 홍보를 하기도 한다.

언론사를 상대로 팬클럽이 자기 스타 알리기에 나서는 것은 환희포에버만의 사례가 아니다. 이들에 앞서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프로모션’을 펼친 팬클럽은 또 있다. 바로 솔로로 맹활약 중인 빅뱅 지드래곤의 팬들. 이들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홍보는 물론 언론사를 상대로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인터넷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지드래곤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팬들은 앨범 발표 직전이 8월 중순, 수도권 11개 노선버스 20대에 ‘지드래곤 솔로 앨범 발매’란 광고를 게재했다.

또 ‘권지용 서포터즈’란 팬 커뮤니티는 직접 제작한 지드래곤 솔로 앨범 홍보 동영상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신촌로터리 옥외전광판, 상암 CGV, 삼성역, 합정역 등에서 상영했다. ‘권지용 서포터즈’는 또한 지드래곤의 첫 솔로 앨범 발표일이자 생일인 8월18일, 서울 강남 성모병원과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소아암 환아들에게 권지용의 이름으로 1200만 원을 기부하고, 이 내용을 사진과 함께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보냈다.

보도자료 발송에 이어 “빅뱅의 리더가 아닌 신인가수 지드래곤으로 들어주세요.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눈을 감고 귀에 들리는 대로, 가슴이 느끼는 대로. 아직 첫걸음일 뿐인, 열정 많은 한 음악인의 생각과 삶이 담긴 작은 음악스케치북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지드래곤의 첫 솔로 앨범을 언론사에 보냈다.

톱스타 비의 팬카페 ‘비나무’ 회원들은 요즘도 음악 담당 기자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 “소속사가 너무 언론에 소극적”이라면서 “지금 비나무 카페에 가시면 OO차트에서 1위를 한 내용이 있으니 보시고 기사화해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얼마 전 영화 ‘토끼와 리저드’로 스크린에 도전한 성유리의 팬클럽이 기자 시사회가 열린 10월12일 서울 명동의 한 극장 앞에서 ‘우리 언니 아껴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붙인 비타민 음료를 기자들에게 나눠준 것은 ‘애교’ 수준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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